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이 최근 시범경기에서 연일 고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일 시범경기 메츠전 등판한 김광현의 모습. 연합뉴스 제공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 나서고 있는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의 피칭이 심상치 않다. 그는 괜찮은 걸까.
김광현은 두 차례 시범경기에서 모두 부진했다. 기록뿐 아니라 투구 내용과 기용 방식도 정상적이지 않았다. MLB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5차례 시범경기에서 9이닝 5피안타 1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것과는 딴판이다.
김광현은 지난 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딘 스타디움에서 마이애미와의 홈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2⅓이닝 6피안타 1볼넷 2탈삼진 4실점에 그쳤다.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난타를 당한 그는 1회 2사에서 4실점하고 강판당했다가, 2회 초 다시 마운드에 올라 1⅔이닝을 실점 없이 더 던졌다. 시범경기에서나 가능한 변칙 기용이었다.
김광현은 1회 연속 안타와 볼넷을 내줘 무사 만루에 몰렸다. 후속 타자 게릿 쿠퍼에게 중전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은 뒤 다음 두 타자를 삼진과 범타로 잡았다. 김광현은 2사 1·3루에서 주니어 페르난데스와 교체됐다. 페르난데스가 2루타를 내줘 김광현의 자책점은 4점으로 올라갔다.
김광현은 3-4이던 2회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이 김광현에게 부진을 만회할 기회를 준 것이다. 김광현은 2회를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뒤 3회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뒤 로엘 라미레스로 교체됐다.
앞서 김광현은 지난 4일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도 비슷한 상황에 몰렸다. 1회 초 뉴욕 메츠 타선을 상대로 아웃카운트 1개만 잡고 4피안타 1볼넷 3실점 후 강판당했다. 2회 다시 등판해서 삼진 1개와 볼넷 1개를 기록하고 다시 교체됐다. 김광현의 두 차례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은 21.00(3이닝 10피안타 7자책점)에 달한다.
마이애미전에서 김광현은 스스로 실망한 듯한 표정을 여러 번 지었다. 마운드와 더그아웃에서 감정 표현을 솔직하게 하는 스타일이긴 하나, 예상보다 그의 페이스가 나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미국 야구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BA)는 10일 '스프링캠프에서 뛰는 유망주' 코너에서 김광현의 피칭을 평가했다. JJ 쿠퍼 기자는 '김광현이 구속을 회복하지 않으면 지난해처럼 효율적으로 던지지 못할 것'이라며 '아직 스프링캠프 초반이지만, 김광현은 두 차례 등판에서 난타를 당했다. 시범경기 평균자책점 21.00, 피안타율이 0.556에 이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혹평했다.
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이 지난 4일 메츠전 1회 중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쿠퍼 기자는 '김광현이 지난해 보여준 87~93마일의 구속을 회복해야 한다. 그는 파이어볼러가 아니다. 다양한 구종을 스트라이크로 꽂아넣는 능력과 디셉션(속임 동작)이 성공 요인이다. 그래도 패스트볼 속도가 시속 87~89마일(140~143㎞)에 그친다면 92~93마일(148~150㎞)을 던질 때보다 효과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애미전에서 김광현이 던진 가장 빠른 공은 시속 91.2마일(146.8㎞)로 기록됐다. 평균 구속은 88.8마일(142.9㎞)이었다. 김광현은 "2회 이후 구속과 밸런스가 지난해와 비슷해졌다. 지난해 (밸런스를) 생각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다음 경기에서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투구 내용을 자세히 보면 구속보다 제구 문제가 더욱 커 보인다. 김광현은 두 차례 등판에서 영점(零點)을 잡지 못했다. 그는 KBO리그 시절 와일드한 폼으로 타자를 압박하는 투수였다. 지난해 MLB 시범경기에서도 힘을 앞세우는 피칭을 하다 정규시즌에서는 힘을 뺐다. 류현진(34·토론토)의 투구에서 영감을 얻은 듯 구속보다 제구와 완급 조절을 앞세워 타자를 요리했다. 그 결과 지난해 정규시즌 8경기에서 3승무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62로 호투했다.
올해 시범경기 피칭은 지난해와 다르다. 제구가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MLB 전문가 송재우 해설위원은 "현재 김광현은 구속보다 커맨드(제구)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처음 두세 번 등판은 김광현이 페이스를 올리는 과정으로 볼 수 있지만, 제구 난조가 길어지면 구단도 고민에 빠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광현뿐 아니라 세인트루이스 선발진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아담 웨인라이트(시범경기 평균자책점 1.80)만 건재할 뿐 카를로스 마르티네스(평균자책점 11.57)와 잭 플래허티(평균자책점 27.00)는 부진하다. 마일스 마이콜라스는 어깨 부상으로 시즌 초 등판이 어렵다고 실트 감독이 10일 밝혔다.
김광현이 제구를 찾는다면 선발진 안착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선발진 중 MLB 경력이 가장 짧은 김광현이 가장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