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개봉하는 '고백'은 7일간 국민 성금 천원씩 1억원을 요구하는 전대미문의 유괴사건이 일어난 날 사라진 아이, 그 아이를 학대한 부모에게 분노한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사를 의심하는 경찰, 나타난 아이의 용기 있는 고백을 그린 범죄 드라마다. 최근 '며느라기'·'산후조리원' 등의 드라마와 TV 예능프로그램, 라디오 영화음악 프로그램 등 다양한 무대에서 활약하는 박하선이 주인공 오순을 연기한다.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았던 아픔을 딛고 아동복지사가 되어 학대아동을 돕는 오순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이 영화를 통해 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 배우상을 수상했다.
청순한 박하선, 귀엽고 유쾌한 박하선은 배우 류수영과 2017년 1월 결혼, 같은 해 8월 득녀하며 중대한 변화를 맞았다. '며느라기'와 '산후조리원'에서 보여준 능청스러운 연기로 새롭게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다. '청년경찰'(2017)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와 선보이는 '고백'을 통해서도 또 다른 박하선의 얼굴을 보여준다.
-2018년 찍은 영화가 3년 만에 개봉하는 소감이 궁금하다.
"2018년 출산 후 복귀작이었다. 2년 정도 쉬다가 연기를 하니 파이팅이 넘쳤다. 독립영화 포맷으로 시작했고, 개봉이 미뤄지고, 코로나19 이슈로 또 개봉이 밀렸다. 어떻게 시기가 맞아서 이번에 개봉했다. 죄송하게도 정인이 사건이 있을 때 개봉을 한다. 기쁘지만은 않다. 개봉을 하게 된 것만으로 좋은 이슈인데, 기쁘지만은 않더라. 그 이후 매일 아동 학대 기사가 나오지 않나. 그 기사를 보는 것도 마음이 아팠다."
-왜 출연을 결심했나.
"꼭 한 번 이런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그동안은 직접적인 표현 장면이 있으면 힘들 것 같아서 거절해왔다. 아이가 등장하는데, 폭력적으로 그려지면 내가 너무 힘들다. 그럼에도 이런 작품을 하고는 싶었다. '도가니'나 '미쓰백'처럼 사회적 이슈를 그리는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극적인 시나리오였다. 이 영화는 자극적인 면이 없다. 그래서 좋았다."
박하선 -왜 이런 작품을 꼭 해보고 싶었나.
"엄마가 되면 (아동) 학대 기사를 클릭하지도 못한다. 사실 정말 무기력하지 않나.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고, 화는 나는데, 매일 이런 기사가 쏟아져나온다. 답답했다. 근데, '미쓰백' 이후 그런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그 아이가 (학대를 받은) 집으로 돌아가면 어떡하나 무서웠다. 결국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예전에 위탁 보호 받던 가정으로 갔다고 하더라. 이렇게 변한다. 내가 이런 영화를 찍어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면 그 답답함을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학대 당한 연기도 해야 했다.
"연기를 굶다가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그런 고통은 고통으로 느껴지지 않았다.(웃음) 현장에서 신나게 연기했다. 오랜만에 연기해서 좋았다. 많은 분들이 연기할 때 힘들지 않았냐고 물어보시는데, 일단 기쁜 마음이 컸다. 조금 힘들었던 건,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인물이다보니 그 트라우마를 내 안에서도 꺼내야 했다. 다 잊었던 어릴 적 상처나 트라우마가 있지 않나. 누구나 그런 트라우마가 있지만 치유하고 산다. 근데 이 주인공은 치유하지 못했다. 그런 작은 경험마저도 다 끌어와서 연기해야 했다."
-공교롭게 정인이 사건이라는 큰 일이 있었다.
"개봉을 해서 좋긴 하지만,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도 크다. 이런 이야기를 드리면 '그럴 필요가 없다. 환기시킬 수 있으면 좋은 것 아니냐'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하기도 하다. 그런데, 매일 그런 사건이 터진다. 정말 무기력해진다. 우리 영화가 잘 돼서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의 울림과 메시지가 크다. 나보다는 영화의 좋은 점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극장에 오시기 힘드시다면 다른 방법도 많으니 꼭 한 번 봐주셨으면 좋겠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 정인이 사건 때문에 매일 이슈가 돼서 기사가 나오는 건지, 원래 이런 사건이 종종 있었는데 더 관심이 가서 매일 기사가 나오는 것 같다. 하루 두세건 씩 터진다. 열살 아이도 죽고, 부노가 아이를 버리고 이사를 간다. 나는 아직 한 번도 아이를 안 때려봤다. 어디 때릴 데가 있나.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어떻게 때리나. 상상이 안 간다. 아이가 다섯살인데, 미운 네 살이라지만 밉지 않더라. 그런 분들은 제도적으로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