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용(80) 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회장이 최근 스포츠계에 불거진 학교 폭력(학폭) 사태에 대해 "폭력 근절을 위해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응용 전 회장은 KBSA 회장에서 물러난 뒤 부산에 머물며 모교(개성고) 야구부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17일 만난 김응용 전 회장에게 근황을 묻자 "야구 행정가는 너무 힘들었다. 아이들을 보면서 편안하게 있다"고 웃어 보였다. 그러나 이내 "요즘 한창 문제 되는 일이 있지 않나. 학교 폭력 사태가 더 참담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KBO리그는 이미 학폭으로 홍역을 앓았다. 2018년 1차 지명 투수 안우진(키움)은 학폭 전력이 밝혀진 뒤 소속팀으로부터 5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KBSA도 안우진에게 '3년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2021년 1차 신인 지명 회의에서 NC에 지명된 김유성(당시 김해고)도 학폭 이슈가 터졌다. 결국 NC는 김유성의 지명을 철회하는 강수를 뒀다.
빙산의 일각이다. 선수 사이뿐 아니라 지도자가 선수를 폭행한 사건도 적지 않다. 김응용 전 회장은 "학폭 방지 공문을 보낸 이튿날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야구계도 (학폭) 뿌리가 뽑히지 않는다"며 한탄했다.
이재영, 이다영 등 학폭 사태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배구연맹(KOVO)은 16일 "학폭과 성범죄에 연루된 선수는 신인 드래프트 참가를 할 수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학폭 관련 서약서를 받고, 허위 사실로 밝혀지면 선수에게는 영구제명, 해당 학교는 지원금을 회수하는 조처를 한다.
김응용 전 회장은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자격정지나 지원금 회수 정도로는 학폭 근절이 어렵다. 사건이 일어나면 대부분 당사자와 지도자만 징계를 받는다. 나는 학교에도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당 학교 야구부는 3~5년 동안 대회에 출전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경각심이 생기고, 학폭을 근절할 수 있다. 야구뿐 아니라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KBSA 회장 재임 기간 그는 관련 규정을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실패했다. 김응용 전 회장은 "결국 내 뜻대로 할 수 없었다. KBSA 회장을 하며 가장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김응용 전 회장은 "요즘 학생(선수)들의 사고방식은 과거와 다르다. 현장 지도자들은 그런 변화를 잘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무엇보다 지도자부터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며 현장을 향한 간곡한 당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