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만배우' 김향기가 일관성 있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의 규모와는 상관 없이, 약자를 이야기하는 작품을 선택하며 관객 모두를 어루만진다.
김향기는 오는 10일 설 연휴를 겨냥해 개봉하는 영화 '아이(김현탁 감독)'로 행보를 이어간다. 보호 종료 아동을 연기하며 사회에서 버림받은 싱글맘 류현경과 호흡을 맞췄다. 많은 이들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평범한 이들과 다를 바 없고, 희망을 가지며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우아한 거짓말'(2014)과 '증인'(2019)에 이어 '김향기의 치유 3부작'을 완성했다.
전작 '증인'에서는 자폐 아동을 연기했던 그는 2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아이'에서는 보육원 출신으로 아무런 준비 없이 사회로 쫓기듯 나서야 했던 어른 아이가 됐다. 이에 대해 김향기는 "보호 종료 아동이기 전에 일단 한 사람이다. 이 사람 자체가 겪는 감정과 변화에 더 집중하려고 했다. 보호 종료 아동이라는 말이 가진 의미가 무엇일까. 그냥 이 서술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걸까. 크게 의미를 두고 거기에 갇혀서 연기를 해야 할까. 그런 고민이 있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과 이야기 나누며 '그냥 아영이로서의 연기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편견이라는 게 있지 않나. 그 편견에 관해서 '그들도 그들만의 가치관 속에서 잘 살고 있다. 편견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아도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이다'라는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는 주요 등장인물이 모두 여성인 여성 영화이기도 하다. 한때는 영화계의 외면을 받던 여성 영화의 성장 가운데 김향기도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셈. "여성이 사회적으로 겪는 어려움을 대변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작품에 출연했다. 이런 작품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세상이 변하는 것 같다"는 김향기는 "여성들이 겪는 문제, 그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이성적인 시선에서 줄 수 있는 도움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그들도 그들 속에서 사랑받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2006년 영화 '마음이'로 데뷔한 김향기는 20여편에 가까운 작품에 출연하며 2017년 '신과함께' 시리즈로 최연소 '쌍천만배우'에 등극했다. '증인'이 235만 관객을 동원하며 '오천만배우' 타이틀을 얻었다. 올해 스물 한 살의 나이가 되기까지 대작 영화에 빠질 수 없는 배우로 성장했다.
제안을 가려 받을 법도 한데, 김향기는 여전히 작은 영화에도 힘을 보태며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아이' 역시 저예산에 가까운 작품이다. 이쯤도면 배우들이 노 개런티로 출연해야 하는 규모다. 그럼에도 '아이' 출연을 결정했다.
김향기는 "'내가 맡아온 역할이 누군가를 대변할 수 있고,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것이 많아 좋다'고 많이들 말한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하다"면서 "캐릭터의 매력도 있지만,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나 담겨있는 소소한 재미가 작품 선택의 이유가 될 때가 있다. 대본을 읽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메시지) 그런 것까지 생각하고 결정하지는 않는다. 내가 봤을 때 재미있어서 작품을 결정하게 되는데, 그런 작품들이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