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가 '절대' 아니다. 차인표에 의한, 차인표를 위한, 차인표의 정체기 저주를 풀어줄 신박한 코미디 '차인표'가 온다.
넷플릭스 영화 '차인표(김동규 감독)' 제작보고회가 28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김동규 감독과 배우 차인표, 조달환이 참석해 영화를 처음 소개하는 소감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차인표'는 당초 스크린판으로 제작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여파로 '사냥의 시간' '콜' 등에 이어 넷플릭스 공개를 결정했다. 넷플릭스에서 호황 중인 한국 콘텐츠 속에서 'K-코미디' 역시 통할지 관심이 쏠린다.
'차인표'는 대스타였던 배우 차인표가 전성기의 영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다. 차인표가 타이틀롤을 그대로 맡아 주목받고 있으며, 차인표의 매니저 아람 역으로 조달환이 합류, 코믹 연기의 진수를 펼친다. 김동규 감독은 "제목을 보면 배우 차인표의 연대기, 위인전, 다큐멘터리로 오해를 하는데 아니다. 처음 기획 의도는 이미지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이미지화의 대표적인 직업군은 배우라는 생각이 딱 들었다"며 "배우는 자기가 직접 이미지를 만들든, 타의적으로 구축이 되든 한번 정해진 이미지가 있으면 벗어나기 힘든 것 같다. 하지만 정작 배우 본인은 그 이미지에서 발버둥치면서 굴레를 탈피하고 싶어하는 그런 심정의 영화를 구상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달환은 '차인표' 출연 이유가 100% 차인표 때문은 아니라고 밝히면서도 "시나리오를 보고 웃다 울었다. '이런 시나리오 구성이 있었나. 전 세계를 찾아봐도 없지 않을까' 싶었다. 시종일관 빵빵 터졌고 너무 하고 싶었다. 획기적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타이틀롤을 맡게 된 차인표는 사실 5년 전 이미 '차인표' 출연 제의를 받았다.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는 프로젝트인 것도 맞지만, 당시에는 극심한 정체기에 빠진 극중 차인표를 보며 '현실 부정'을 했던 마음이 더 앞섰다고. 물론 김동규 감독에게는 그 때나 지금이나 '차인표=톱스타'로 각인돼 있다. 김동규 감독은 "나에게 차인표는 '탑'스타다. 선배님을 캐스팅한 이유도 거기에서 비롯됐다. 내가 생각한 표본의 탑스타다"고 단언했다.
차인표는 "5년 전에는 김동규 감독님과 김성환 제작자에 대해 잘 몰랐다. 근데 내 이름으로 된, 나에 대한 영화를 써서 갖고 왔으니 의심이 조금 들더라. 정체를 모르니까.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일까, 나의 안티일까' 싶기도 했다"며 "신박한 기획이었고 제안을 받아 기쁘기도 했지만, 영화 속 차인표가 정체기를 극심하게 겪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현실 부정을 하기도 했다. '난 아닌데. 왜 내 이름으로 이런 작품을 해야 하지?' 싶어 고민을 하다 거절을 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어 "그리고 5년이 흐르는 동안에 진짜 내 현실이 영화처럼 돼 버렸다. 극심하게 정체가 오면서 '아, 그렇다면 이것은 내가 영화로 풀어야겠다. 할 수 밖에 없겠구나'라는 마음에 '차인표'를 잡았다. 차인표라는 매트릭스에 갇힌 느낌이었다"며 "또 다른 큰 이유 중 하나는 지난 5년간 나는 정체돼 있었는데 제작사 어바웃필름 김성환 대표는 '극한직업'이라는 영화를 만들어 초대박을 터뜨렸다. '내가 잘못 생각했었구나. 다시 열심히 해 봐야겠다' 다짐했다"고 털어놔 폭소를 자아냈다.
또 "5년 전 감독님이 보내 주셨던 이메일을 다시 봤다. 거절 후 보내 온 메일이었다. 기분도 안 좋고, 떨떠름 할 수 있는데 감독님은 '더 정성스럽게 만들어 발전된 모습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꼭 기다려 주세요'라고 하셨다. 그리고 4년 후에 진짜로 나타났다. 너무나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진심을 표했다. 이와 함께 차인표는 "지금도 누가 영화 제목을 말할 때마다 깜짝 깜짝 놀란다. 나를 부르는 것 같다. 글자 그대로 내 이름이 영화 제목이다. 나라는, 어쩌면 정체 되어있는 나라는 사람을 들여다보고 싶은 것이 감독님의 목표가 아니었나 싶다"며 "나 역시도 지난 26년간 연예계 생활을 해오고 있는데, 그런 내 자신을 들여다보고 싶었다"며 "싱크로율 같은 경우는 영화를 본 분들이 각자 판단해 주시면 될 것 같다. '내가 몇 % 일치합니다'라고 말하면 그게 어떤 지시선이 될까봐. 한 50%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차인표'는 90년대를 풍미했던 스타 차인표의 실제 이름과 이미지를 고스란히 사용하는 것은 물론, 그의 이미지를 마음껏 변주해 실제와 가상을 오가는 신박한 기획으로 거침없는 웃음을 선사한다고 자신한다. 이름을 내걸고, 화끈하게 망가진 차인표의 변신이 흥미롭다.
"극중 차인표는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 이병헌을 4대 천왕으로 꼽는 것에 대해 '인정 못한다'고 한다"는 말에 차인표는 "아니다"고 손사레를 치며 "그건 전적으로 대본을 쓰신 분, 감독님 생각이다. 감히 그 분들과 나를 비교 안 한다. 나보다 훨씬 뛰어난 연기자다. 다만 지금은 시대가 더 이상 4대천왕, 5대천왕을 구분 짓지 않는 것 같다. 각자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또 내 길이 있다. 그래서 누군가를 넋 놓고 부러워하지는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한 차인표의 시그니처 두번째 손가락 포즈에 대해서는 "나를 벼락스타로 만들어준 신호다. 나에 대한 어떤 시그널 같은 역할을 한 것 같다"며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손가락이 그린 액자에 갇혀서 자유롭게 연기 생활을 하지 못하게 만든 그런 의미도 있는 것 같다"고 읊조렸다.
'차인표' 속 차인표는 '꼰대'로 표현 되기도 하지만, 실제 차인표는 '꼰대력 0'에 수렴한다. 차인표는 "꼰대 테스트를 해 봤다. 수십개 문항이 있는데 최종 0점이 나왔다. 옆에서 김국진 씨가 '혼자 테스트 할 때도 가식으로 하냐'고 하더라. 근데 아니다. 난 그냥 했다. 근데 0점이 나왔다. 이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꼰대 같기는 하다"면서도 "영화 속 차인표는 왠지 측은한 존재다. 좀 불쌍하다. 깨진 거울에서 나를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차인표 차인표의 매니저로 분한 조달환은 이날 직접 준비한 '차인표 매니저 김아람' 티셔츠를 입고 등장, "20여 년간 차인표 선배님과 함께 한 찐 매니저 이사님이 계신데,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이사님에게 많은 조언을 받았다. 선배님이 안 계실 때 둘이 티 타임을 오랜시간 갖기도 했고, 선배님 옆에 계신 이사님을 지켜 보기도 했다"며 "이사님은 차인표 선배님에 대해 '아이같다. 그리고 피터팬이 있다. 단순하게 접근해라'라고 하시더라.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신개념 코미디 영화 '차인표'는 오는 1월 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사진=영화 '차인표' 스틸 /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