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여파가 마지막까지 영화계의 발목을 잡았다. 3차 대유행으로 하루 확진자 수가 1000여 명을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극장 사정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최악의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출 자제로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의 발걸음은 뚝 끊겼고, 오후 9시 이후 영업 중단으로 정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 이에 따라 12월 시즌을 노렸던 기대작들은 자의 반 타의 반 개봉을 연기하면서 극장을 가야 할 이유조차 사라졌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주말이었던 19일 전국 극장을 찾은 관객수는 4만2469명으로 나타났다. 12월에 들어선 후 주말 10만 벽이 무너졌고, 2주만에 5만 선도 붕괴됐다. 극성수기 겨울은 극장가는 2020년 완벽하게 삭제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버티고 버티며 30일 개봉을 어떻게든 추진하려 했던 '새해전야(홍지영 감독)'도 결국 백기를 들었다. '새해전야' 측은 "코로나19 추가 확산과 이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고자 개봉 일정을 연기한다"고 알렸다. 이에 따라 22일 공식 시사회와 23일로 내정돼 있던 이연희, 유태오 등 배우 인터뷰도 취소됐다.
특히 '새해전야'는 인생 비수기를 끝내고 새해엔 더 행복해지고 싶은 네 커플의 두려움과 설렘 가득한 일주일을 그린 작품으로, 크리스마스에서 신년까지 이어지는 일주일의 이야기를 담았다. 때문에 그 어떤 작품보다 연말 개봉을 지켜내야만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앞에서는 그 무엇도 의미없는 휴지조각이 된 모양새다.
'새해전야' 측 관계자는 "연말까지 코로나19 분위기가 잡힌다 하더라도 그 사이 치러야하는 시사회 등 사전 행사를 강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여의치 않더라"며 "연말은 놓쳤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만날 수 있게 되길 모두가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2020년 문을 닫는 한국 영화는 지난 10일 개봉한 '조제(김종관 감독)'가 됐다. 드라마로 일찍이 신뢰를 얻은 한지민과 남주혁이 다시 만났지만 개봉 2주 차 주말까지 누적관객수는 고작 13만 명 정도에 그쳤다. 박스오피스 1위 성적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치에 타 영화들이 지레 겁을 먹는 것도 당연하다.
유종의 미는 물건너 갔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코로나19에 끌려다녀야만 했던 2020년 영화계는 다른 의미로 두고두고 회자 될 전망. 모든 신작이 빠져나간 자리, 23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히어로물 '원더우먼 1984'만이라도 깜짝 원맨쇼 흥행을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