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거주 중인 고 김기덕 감독의 유족은 주라트비아 한국대사관에 "장례 절차를 맡기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영향권에 든 만큼 어느 때보다 국가간 이동이 어려운 상황. 고 김기덕 감독의 유족은 라트비아 현지로 떠나기 여의치 않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현지에서 화장을 진행한 후, 유골이 국내로 송환돼 유족에게 전해진다.
외교부와 주라트비아 대사관은 11일(현지시간) 새벽 라트비아에서 우리 국민 50대 남성 1명이 코로나19로 병원 진료 중 사망한 것을 확인, 국내 유족을 접촉해 현지 조치 진행 사항을 통보하고 장례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고 김기덕 감독의 사망 소식은 현지 매체를 통해 먼저 전해졌다. Delfi, Tengrinews, BFM 등 외신은 라트비아에 거주 중인 동료 러시아 감독 비탈리 만스키 감독 인터뷰와 김기덕 감독의 통역사 확인을 거쳐 "한국 거장 김기덕 감독이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 감염 및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에스토니아를 거쳐 지난 달 20일 라트비아에 도착한 김기덕 감독은 5일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유르 말라에 집을 매입하고 거주 허가(영주권)를 받을 계획이었지만 예정된 약속 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수색 작업을 펼쳤고, 코로나19로 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한 사실이 확인됐다.
1996년 영화 '악어'로 데뷔한 고 김기덕 감독은 '야생동물 보호구역' '파란대문' '섬' '수취인불명' '나쁜남자' '해안선'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사마리아' '빈 집' '활' '숨' '비몽' '피에타' '뫼비우스' '일대일' '그물' 등 굵직한 필모그래피를 남겼다.
2004년 '사마리아'로 한국영화 최초 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감독상) 수상을 시작으로, 같은 해 '빈집'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 2011년 '아리랑'으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상, 2012년 '피에타'로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최고상)을 받아 명예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2017년 강요·폭행·강제추행 치상 등 혐의로 고소되면서 김기덕 감독을 둘러싼 추악한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미투(Me Too) 운동이 발발했던 2018년 MBC 'PD수첩'을 통해 촬영 현장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및 성폭력 혐의 등이 폭로돼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후 국내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해외를 돌아다니며 체류한 고 김기덕 감독은 끝내 바라던 명예 회복을 하지 못한채 타국에서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