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의 올해 3분기 실적 발표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제과 회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오리온과 롯데제과가 3분기 탄탄한 실적을 보인 반면, 크라운·해태는 영업이익이 나 홀로 하락했다. 크라운·해태의 부진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신제품 부재와 해외 진출 정체라는 해묵은 숙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리온 '날고' 롯데제과 '뛰고'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리온은 올해 3분기 매출액 597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7%, 영업이익 1078억원(연결기준)으로 6.0% 성장했다.
중국·베트남·러시아 등 글로벌 법인이 모두 15% 내외로 성장해 국내 식품기업의 글로벌 진출의 모범 사례가 됐다.
중국 법인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직격탄을 맞았던 후유증을 극복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4.4%, 영업이익이 1.6% 성장했다. 상반기 출시한 신제품 영향으로 초코파이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3% 성장했다.
베트남 법인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8.2%, 영업이익이 23.2% 증가했다. 쌀과자와 양산빵 등 신규 카테고리의 고속 성장세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두 자릿수 이상 성장했다. 러시아 법인은 초코파이, 비스킷 제품군의 고른 성장이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6.1%, 영업이익 46.2% 늘었다. 라즈베리·체리·블랙커런트, 망고 등 잼이 들어간 초코파이가 선전하며 파이 카테고리가 18% 성장,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해외 법인과 더불어 한국법인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 6.4%, 영업이익이 2.7% 성장했다. 최근 새롭게 선보인 ‘초코파이 바나나’, ‘닥터유 드링크 단백질’ 등이 연달아 히트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오리온은 4분기에도 설 특수를 맞아 중국·베트남 등 글로벌에서 고삐를 죈다는 계획이다.
롯데제과도 수익성 개선 노력에 집중한 결과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롯데제과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약 24% 늘어난 477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도 5559억원으로 2.9% 증가했다.
해외 매출의 경우 인도 시장의 선전이 돋보였다. 올해 3분기 인도에서만 329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지난해 동기(219억원) 대비 50% 늘었다.
롯데제과는 매출 상승률 대비 영업이익률을 대폭 끌어올렸다. 무리한 마케팅보다는 필요한 경우에 자금을 투입하는 수익성 중심 경영전략이 빛을 본 셈이다. 부문별 영업이익을 보면 건과 335억원 빙과 142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온라인을 포함한 수익성 높은 판매 채널 확보에 집중한 결과"라며 "4분기에도 온라인 판매, 구독 서비스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뒷걸음질' 친 크라운·해태
코로나19 여파에도 호실적을 거둔 오리온·롯데제과와 달리 크라운·해태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먼저 해태제과식품은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8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44%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4.39% 증가한 1328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익성은 뒷걸음질 쳤다.
크라운제과도 3분기 별도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3% 증가한 942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45억원으로 전년 대비 4.42% 하락했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인 크라운해태홀딩스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도 117억7284만원으로 전년 대비 10.27% 감소했다.
업계는 크라운·해태가 경쟁사와 달리 해외 법인이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제과 시장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크라운제과의 경우 해외시장 진출이 전무한 상황이나 다름없다. 지난 2012년 중국시장 진출 10여 년 만에 현지 공장을 매각하면서 사실상 해외사업에서 손을 뗀 후 별도의 법인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해태제과는 2015년 '허니버터칩' 신드롬 이후 이렇다 할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크라운해태는 해외 법인이 거의 없는 와중에 영업이익률이 높은 온라인 판매율마저 경쟁사보다 낮아 영업이익이 나 홀로 하락했다"며 "오랫동안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현상유지만 하고 있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크라운해태 관계자는 "올해 1~3분기 누적으로는 실적이 전년 대비 늘고 있다"며 "해외 법인은 없지만, 미국 중국 동남아 등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