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데뷔해 25년 차 베테랑이 된 송윤아. 그런데도 여전히 부끄럽고 아쉽다. 10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 '돌멩이(김정식 감독)' 또한 그에겐 그런 작품이다. 작은 시골 마을에사는 지적 장애인 석구(김대명)를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에서 송윤아는 김선생을 연기했다. 김선생은 석구가 저지르지 않은 일을 저질렀다고 믿으면서, 자신의 믿음에 맹목적으로 행동하는 인물이다. 주인공을 괴롭게 하지만, 악역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옳지 않은 행동을 하지만, 옳다는 신념을 담아 행동해야 한다. 대중이 흔히 만나던 배우 송윤아와는 사뭇 다른 캐릭터를 맡아 고민 끝에 표현했다. 소녀처럼 웃고, 옆집 '누구 엄마'처럼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나는 언제쯤에나 연기를 잘할까요?"라며 진심을 담아 물었다.
-영화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한번 보고 이번에 두 번째 본 거다. 부산에서는 영화를 보고 나서 주변에서 '영화 어떠냐'고 묻기에 그냥 웃었다. 그랬더니 '송윤아가 영화를 안 좋게 봤나 보다'라고 받아들이더라. 그걸 나중에 알았다. 사실 당시엔 나밖에 안 보였다. 너무너무 창피한 거다. '왜 또 저렇게 했지. 내가 생각했던 김선생은 저게 아닌데. 어쩌자고 저기서 송윤아를 하고 있지' 이런 생각이 가득했다. 2년 반이 지나고 영화를 다시 봤는데, 너무 많이 울었다. 정말 이상할 정도로. '이렇게 우는 게 말이 돼?'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울리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 신파가 들어간 것도 아니고 석구의 상황을 극한으로 몰아가는 영화도 아니다. 다른 배우들이 울어달라고 연기를 하지도 않는다. 근데 계속 눈물이 나는 거다. '이건 뭘까, 나한테 변화가 왔나. 나이가 너무 들었나. 나의 감수성에 변화가 왔나' 이런 여러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봤다. 그냥 석구만 보면 눈물이 났다. 석구가 마트의 고기 시식 코너에서 쫓겨나는 장면이 있는데, 부산에서 보고 시나리오로 봤을 때 현실에서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땐 석구의 마음에서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엔 석구만 나오면 모든 장면에서 눈물을 너무 흘렸다. 휴지를 준비하지 않고 시사회장에 들어가서 메이크업이 다 지워졌다."
-왜 그렇게 다르게 다가왔을까. "이번엔 참 묘한 느낌을 줬다. 나에게는 적어도. 그때는 보지 못했던 김대명의 연기가 보였다. '와 이래서 김대명이구나' 이런 생각을 넘치도록 하면서 영화를 봤다. 김의성 선배야 어떤 작품에서든 어떤 역할을 하든 녹아드니까. 우리 영화에 나오는 모든 배우, 진짜 한 신 나왔던 배우들까지 다 연기를 정말 잘하는 거다. 아역 배우 전채은은 말할 것도 없다. 곳곳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각자의 역할을 정말 잘해줘서 감탄하면서 봤다. 나를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돌멩이'라는 작품에 석구가 사는 마을의 모든 사람이 저렇게 녹아있더라."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했나 보다. "김선생이 악역은 아니다. 김선생이라는 같은 성격과 생각을 가진 사람이 우리 주변에도 많다. 본래 자기가 본 것을 사실로 믿을 수밖에 없지 않나. 김선생은 불의를 보면, 부정한 것을 보면 어떻게 해서든 바로 잡아가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다. 조금은 더 건조해도 되지 않았을까, 조금은 더 당당해도 되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도 생긴다. 해놓고 보니 많은 부분을 놓쳤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