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 아우디 제공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이 미국산 테슬라를 중심으로 1년 만에 8배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산 전기차는 코나EV의 잇단 화재 여파로 안정성 우려를 빚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판매량이 급감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정부가 주는 구매보조금 역시 상당 부분 수입차로 몰릴 전망이다. 업계에선 국민 세금이 재원인 친환경차 보조금의 지급 기준을 우리 기업에 유리하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과 244대 차이…국산 따라잡은 수입 전기차
1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와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올 1~9월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 전기차는 1만3261대로 작년 같은 기간(1552대)에 비해 8.5배 늘었다.
지난달만 놓고 보면 2237대가 팔리며 작년 동월(229대) 대비 약 10배 증가했다.
테슬라 모델3. 테슬라 제공 이 같은 흐름은 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가 주도하고 있다. 전체 수입 전기차 판매 중 79.6%(1만518대)가 테슬라 전기차였다. 테슬라는 지난달만 해도 2056대를 판매해 9월 수입 전기차 판매량의 91.9%를 차지했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지난 6월 출시한 ‘더 뉴 EQC 400 4매틱 프리미엄’, 푸조가 지난 7월 출시한 e-208과 e-2008, 르노가 지난 8월 출시한 ‘조에’ 등 올해 여러 수입차 브랜드들이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국내 출시했지만, 테슬라의 대항마가 된 곳은 없었다. 그나마 선방한 곳은 아우디였다. 지난 7월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로 국내 출시한 ‘e-트론 55 콰트로’는 지난달까지 601대가 팔리며 올해 수입 물량이 모두 동났다.
반면 국내 전기차의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 완성차의 전기차 판매량은 총 1만350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2842대에 비해 41%나 줄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까지 수입 전기차와 국내 전기차의 판매량 차이는 불과 244대로 좁혀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현대차 코나 EV에서 잇달아 화재가 발생한 탓에 한동안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입차로 몰리는 혈세…제도 개편해야
고가의 수입 전기차 판매가 증가함에 따라 전기차 구매보조금 역시 상당 부분 수입차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상반기의 경우 테슬라가 전기차 구매보조금의 43%(1279억700만원 중 552억3500만원)를 가져가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전기차 보조금의 6.5%를 받았는데, 반년 만에 7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반면 국산인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393억원(30.8%), 177억원(13.9%)이 지급됐다.
이에 업계에선 국민 세금이 재원인 전기차 보조금의 지급 기준을 우리 기업에 유리하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자와 고용에 기여하지 않는 수입차 브랜드의 배만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은 차량 성능뿐 아니라 보조금 정책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며 “보조금이 세금으로 지급되고, 해외의 경우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보조금 제도를 만들어가는 점을 고려해 우리 정부도 보조금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 해외에선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깐깐하게 운용하고 있다. 제조사별 판매 대수부터 가격까지 규제한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6만 달러(약 6800만원)가 넘는 전기차엔 보조금을 안 준다. 독일은 6만 유로(약 8000만원), 중국도 30만 위안(약 5100만원)이 넘는 차량은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 중저가 전기차 모델을 확대해 전기차 보급 대수를 늘리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