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 속 글로벌 경영 행보를 강행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와 스위스 출장을 마치고 14일 귀국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깜짝 방문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8일 대한항공 전세기 편으로 네덜란드로 출국했으며 스위스와 네덜란드를 거쳐 6박7일의 일정을 소화한 뒤 14일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여파로 중단했던 글로벌 현장 경영을 재개한 것은 지난 5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방문 이후 5개월 만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을 위해 출국한 이 부회장은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반도체 노광장비회사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와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 기술 책임자 등을 만나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길에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IOC도 방문했다. 그는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IOC도 다녀왔다"고 밝혔다.
IOC 방문 목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 만나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 후원 등에 대해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한국 기업 가운데 유일한 최상위 등급(TOP)의 공식 후원사다.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30년 넘게 TOP 계약을 이어오고 있고, 최근 2028년까지 공식 후원을 연장한 바 있다.
앞서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IOC 위원으로 선출돼 국내에서 최장 기간 스포츠 외교사절로 활동했다. 2017년 건강상의 문제로 사퇴한 뒤 IOC 명예 위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귀국 즉시 김포공항 마리나베이호텔에 마련된 임시생활시설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며 12시간 만인 밤 10시께 음성 판정을 받고 귀가했다. '기업인 신속통로'(입국절차 간소화)를 통해 입국해 자가격리 의무는 면제된다.
이 부회장이 코로나19로 잠시 중단했던 글로벌 현장 경영을 재개함에 따라 앞으로 기업인 신속통로가 허용된 베트남·일본 등 해외 현장 방문과 글로벌 기업들과의 교류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그렇지만 이 부회장은 ‘사법 리스크’에 놓여있다. 이달 22일과 26일에 각각 경영권 불법 승계 문제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이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