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정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 선임할 예정이다. 그룹 수석부회장에 오른 지 2년1개월 만이다. 현대차 측은 “임시이사회에서 확정이 되면 보도자료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이 회장직에 오르면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은 2000년 현대차그룹 회장에 오른지 20년만에 명예회장으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 수석부회장은 책임 경영을 강화하며 코로나19 위기 돌파와 미래 모빌리티 사업 추진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1970년생인 정 수석부회장은 휘문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샌프란스시코경영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영업지원사업부장을 시작으로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부사장),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 현대차그룹 기획총괄본부 사장, 현대모비스 사장 등을 역임했다.
사실 정 수석부회장에게 현대차그룹 지휘봉을 넘기는 과정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 9월 14일 현대차 부회장에서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당시만 해도 현대차에서는 '회장 보필' 역할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작년 3월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고 올해 3월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오르며 사실상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정몽구 회장이 7월 중순 대장게실염으로 입원했지만 경영 공백 우려는 나오지 않았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미 재계 2위그룹 대표로 대외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각각 만나 전기차-배터리 사업 협력을 도모했다. 작년 초에는 수소 분야 세계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 공동회장에 취임했고, 올해 초에는 CES에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했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은 지난해 "미래에는 자동차가 50%가 되고 30%는 개인비행체(PAV),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그 안에서 서비스를 주로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첨단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의 그림을 제시하고 '인간중심 모빌리티' 철학을 세웠다.
전기차 사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내년을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한 전용 전기차를 선보이며 전기차 판매를 더욱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인간 중심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 고객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환경 체계화, 미래 세대를 위한 친환경 비전 달성 등 3가지 전략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 수석부회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최근 전기차 주력 모델인 코나의 잇따른 화재로 대규모 리콜을 결정했지만 화재 원인과 리콜의 적정성 등을 놓고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중고차 시장 진출을 놓고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밖에도 지배구조 개편, GBC 완공 등도 남은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