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6일 열린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에 공개된 우승 트로피와 행사에 참석한 10개 구단 감독과 선수들의 모습. KBL 제공 농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 25번째 시즌이 시작됐다. 지난 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공식 개막전 서울 SK와 울산 현대모비스의 경기를 시작으로 대장정을 시작했다. 내년 4월 6일까지 약 6개월 동안 10팀이 6라운드, 총 270경기의 정규리그를 치른다. 정규리그가 끝나면 상위 6개 팀이 플레이오프로 진입한 뒤 우승 팀을 가린다.
그 어느 때보다도 농구 팬들의 기다림이 간절했던 시즌이다. 지난 시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997년 프로농구 출범 후 최초로 조기 종료됐다. 진정한 우승 팀을 가리지 못했다. 나란히 28승15패를 기록한 SK와 원주 DB의 공동 1위라는 찝찝함만 남긴 채 마무리 됐다. 지난 시즌의 아쉬움이 올 시즌의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SK 김선형. KBL 제공
1강으로 꼽힌 SK
우승후보 1순위는 SK다. 전문가, 팬, 그리고 상대 팀들까지 SK를 우승후보로 예상하고 있다. 최고의 외인과 최고의 국내 선수가 모였다. 자밀 워니(26)가 건재한데다 지난 시즌 서울 삼성에서 맹활약을 펼친 닉 미네라스(32)가 가세했다. 김선형(32)을 필두로 최준용(26), 최부경(31), 변기훈(31), 김민수(38), 안영준(25) 등 국내 선수들의 구성도 KBL에서 가장 탄탄하다는 평가다. 지난달 열린 2020 MG새마을금고 KBL컵 대회에서 SK는 주전들을 대거 제외한 가운데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만큼 선수층이 두텁다는 방증이다.
지난 6일 열린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에서도 7개 팀 감독들이 SK를 우승후보로 꼽았다. 이상범 DB 감독은 "컵대회에서 주전 선수가 빠진 상황에서도 굉장히 열심히 하는 모습이었다. 주전 선수들이 복귀하면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다"며 SK를 우승후보로 선택했다. 전창진(57) 전주 KCC 감독 역시 "국내 선수와 외국인 선수의 조화가 워낙 잘 이뤄진 팀이다. 전력이 좋고, 선수들의 의욕도 보였다"고 말했고, 김승기(48) 안양 KGC 감독은 "SK가 우승후보로서 가장 잘하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문경은(49) SK 감독은 "부담이 많이 되지만 감사하다"며 자신감을 에둘러 표현했다.
KGC 오세근(오른쪽). KBL 제공
SK 독주를 막을 팀
SK를 견제할 수 있는 팀은 KGC로 지목됐다.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얼 클락(32)을 품었고, 준수한 외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라타비우스 윌리엄스(31)가 있다. 여기에 오세근(33), 양희종(36), 문성곤(27) 등 정상급 국내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다. 문경은 감독이 꼽은 우승후보도 다름 아닌 KGC였다. 문 감독은 "우승후보는 KGC다. 외국인 선수가 굉장히 안정적이고,국내 선수 기량도 좋다. 또 조직력도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다크호스'로 평가 받는 팀은 연봉킹 김종규(29)가 중심을 잡고 두경민(29), 허웅(27) 등 날개를 단 DB, 라건아(31), 이정현(33), 송교창(24) 등이 버티고 있는 KCC, 이대성(30) 영입 효과를 톡톡히 보며 컵대회 우승을 차지한 고양 오리온 등이다.
조성원 LG 감독과 강을준 오리온 감독. KBL 제공
새로운 얼굴 등장
올 시즌에는 새로운 얼굴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먼저 신임 사령탑이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10개 구단 중 새로운 감독 체제로 시즌을 시작하는 팀은 창원 LG와 오리온이다. LG는 '캥거루 슈터'로 이름을 알린 조성원(49) 감독을 영입해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시즌 꼴찌 오리온은 강을준(55) 감독을 깜짝 선임했고, 컵대회 우승으로 강한 기대감을 제시했다.
오리온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이대성에게 농구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는 컵대회 MVP에 선정되며 정규리그 활약을 예고했다. 지난 시즌 약점으로 지적된 가드에 리그 정상급 이대성을 영입하면서 오리온을 더 이상 꼴찌 후보로 보는 이는 없다. KBL 최초 일본인 선수 나카무라 타이치(23·DB)도 조목할 만 하다. 컵대회 SK와 경기에서 15득점을 하는 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각각 DB와 오리온에서 현대모비스로 이적한 김민구(29)와 장재석(29)에게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KCC 이정현. KBL 제공
신기록 풍년
풍성한 기록도 쏟아질 전망이다. KBL을 대표하는 '철인' 이정현은 지난 시즌까지 정규리그 420경기 연속 출장을 기록했다. 현재 최고 기록이다. 이정현이 코트에 나설 때마다 새로운 역사가 써진다. 그는 개막을 앞두고 "좋은 감독님들을 만난 덕에 세운 기록이다. 운이 좋았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정현은 LG전과 오리온전에 연이어 출전하며 422경기로 늘렸다.
통산 5000득점을 기다리는 선수도 있다. 리온 윌리엄스(34·LG)는 5000점까지 단 3점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그는 KCC전에 나서 15득점을 올렸다. KBL 역사상 40번째 5000점 돌파, 외국 선수로서는 12번째다. 베테랑 김영환(36·부산 KT)도 4765점을 기록 중이었다. 그는 오리온전에서 9점 더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터줏대감' 함지훈(36·현대모비스)은 리바운드 31개를 더 잡아내면 3000 리바운드 고지를 밟는다. 그는 SK전에 리바운드 1개, DB전 7개를 기록했다. 김태술(36·DB)도 500경기 출전을 예약했다. 앞으로 6경기 남았다.
'만수' 유재학(57) 현대모비스 감독은 역대 최초 700승 고지를 주시하고 있다. 현재 유 감독은 통산 662승을 기록 중이다. 정규리그 54경기 중 38승을 올리면 올 시즌 안에 700승을 달성할 수 있다. 시작은 아쉽다. 현대모비스는 SK와 DB에 2연패를 당했다.
예상이 빗나가다
SK의 독주 예상은 초반 삐걱댄다. 개막전에서 현대모비스에 88-85로 승리하며 우승후보의 위용을 누리더니 다음 경기인 인천 전자랜드전에서 74-97로 대패했다. 김선형과 워니 의존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상이다. 시즌 초 돌풍의 팀도 등장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KBL 무대를 떠나는 전자랜드가 주인공이다. 전자랜드는 우승후보 중 하나인 KGC를 98-96으로 꺾더니, 1강 주인공 SK도 97-74로 대파했다. 그들의 마지막 열정에 KBL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