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열린 2021년 신인 2차 드래프트 현장의 모습. KBO 제공 2021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관심을 끈 구단은 단연 롯데였다.
지난해 최하위로 첫 번째 지명권을 행사한 롯데는 21일 비공개·언택트로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예상대로 강릉고 좌완 투수 김진욱(18)을 전체 1순위로 지명했다. 고교 2학년이던 지난해 '고교 최동원상'을 수상하고, 올해 대통령배고교야구대회 최우수선수에 뽑힐 만큼 고교 최고 유망주로 손꼽힌다. 김진욱은 과거 전학 경력 탓에 1차 지명 대상에서 제외된 만큼 롯데의 지명이 유력하게 점쳐졌고, 결국 예상대로였다.
이후 롯데의 선택은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관심을 모았다.
2라운드, 롯데는 모험을 택했다. 덕수고 내야수 나승엽을 지명했다. 예상외의 선택이다.
나승엽이 지난달 1차 지명 직전에 미국 무대 진출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미 메이저리그 구단과 입단 합의를 했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나승엽이 해외 구단과 계약 시에 롯데의 나승엽 지명권은 곧바로 소멸한다. 나승엽을 올해 고교 무대 21경기에서 타율 0.408 2홈런 27타점을 올리며 '대형 내야수' 유망주로 손꼽혔다.
애초 롯데는 1차 지명 대상자로 나승엽을 점찍었지만, 그가 해외 진출을 선언하면서 장안고 포수 손성빈으로 선회한 바 있다.
롯데는 계약 가능성을 열어뒀다. 나승엽 측이 롯데의 2라운드 지명 이후에도 여전히 미국 무대 진출 의사를 강력히 표했으나,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봐서다. 나승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ML의 국제계약은 내년 1월에야 가능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여러 불확실성 탓에 계약 불발 가능성도 있다.
또한 롯데는 '최대한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 김풍철 스카우트 팀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나승엽은 해외 진출 이슈가 아직 남아있으나, 선수의 재능을 고려하면 지명권을 잃게 되더라도 2라운드에서 지명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타격 능력이 아주 뛰어나고, 수비와 주루 등 기본 자질이 뛰어나다"라며 "1월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 나승엽과 계약을 끌어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 앞으로 선수와 선수 부모님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3라운드부터 10라운드까지 롯데는 오로지 8명 모두 투수만 지명했다. 1라운드 김진욱을 포함하면, 이날 뽑은 10명 중 9명의 포지션이 투수이다. 나승엽의 지명권을 잃게 되면 2021년 롯데 신인 중에 내야수와 외야수는 단 한 명도 없는 셈이다.
2021 드래프트에 지명된 전체 100명의 포지션 중 투수는 52%(포수 11%, 야수 37%)다. 롯데는 투수가 90%에 달한다. 투수 지명 확률이 높더라도 이런 투수 편중은 보기 드물다. KBO에 확인한 결과 2006년 이후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특정 구단이 투수를 9명 뽑은 것은 최다 인원에 속한다. 2006~2019년 한 구단의 투수 최다 지명은 8명이다.
구단 관계자는 "특별히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매년 포지션보단 기량에 중점을 두고 선발한다. 과감하게 실력만 놓고 뽑다 보니 투수가 9명이나 됐다"며 "세 선수(손성빈, 김진욱, 나승엽)가 우리 팀과 계약하면 사실상 1차 지명급 선수가 세 명이나 들어오는 셈이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