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카니발이 인기몰이하고 있다. 9년 만에 4세대 완전변경 모델이 나오면서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7월 28일 사전계약 시작 하루 만에 2만3006대가 계약되며 국내 신차 출시 사상 신기록을 세운 데 이어 지난달 24일까지 3만5000대가 넘게 팔렸다. 계약 시작 한 달도 안 돼 지난해 연간 카니발 판매 대수(6만3706대)의 55%를 넘어선 것이다. 지난달 고객에게 인도된 카니발은 모두 5622대로 현대차 쏘나타(4595대)도 앞질렀다. 한국 시장에서 '국민차'로 통하는 쏘나타보다 미니밴 카니발이 더 팔린 것이다. 생산 지연만 없다면 이달 출고 대수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주문이 폭주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 주말 4세대 카니발을 타고 경기도 성남에서 출발해 강원도 동해를 다녀왔다. 시승 모델은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의 힘을 내는 스마트스트림 2.2 디젤 시그니처 7인승 사양이다. 후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제외한 모든 사양을 달았다.
소파처럼 편안한 2열 시트
시승에 앞서 차량을 살펴봤다. 일단 커졌다. 휠베이스(축거)가 3090㎜로 이전 세대 모델보다 30㎜ 늘어났다. 현대차 팰리세이드(2900㎜)는 물론 제네시스 GV80(2955㎜)보다도 크다. 동급 최대의 실내 공간을 확보한 이유다. 여기에 전장(길이)과 전폭(너비)도 5155㎜, 1995㎜로 기존 모델보다 각각 40㎜, 10㎜ 늘려 전형적 밴이라기보다 대형 스포츠다목적차(SUV)를 연상시킨다.
얇은 헤드램프와 역동적인 느낌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5m가 넘는 차체에도 불구하고 날렵한 인상을 준다. 2열과 3열 사이에 위치한 세 번째 기둥(C필러)에는 독특한 입체 패턴의 크롬 가니쉬를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높였다. 후면부에는 좌우가 연결된 리어램프를 넣어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여기에 탑승자를 배려하는 각종 편의 사양은 카니발을 고급스럽고 넉넉한 패밀리카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먼저 운전석에 앉으면 12.3인치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을 통합한 파노라마 디스플레이, 터치 방식 센터페시아 버튼이 한눈에 들어온다. 각종 버튼은 터치 방식으로 구현해 세련된 디자인과 편리한 조작감을 갖췄다.
조명 색상을 바꿀 수 있는 앰비언트 라이트, 전자식 변속 다이얼도 달라진 점이다. 금속이나 나무, 가죽 등 실내 마감재 역시 고급스럽다.
2열의 릴렉션 시트는 신형 카니발의 새로운 무기다. 전동으로 좌석이 눕혀지고 발 받침도 올라와 탑승자를 무중력 공간에 떠 있는 듯한 자세로 만들어 준다. 장거리 여행도 부담 없다. 후석 대화 시스템은 운전자와 뒷좌석 탑승자가 원활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큰 소리를 낼 필요 없다.
또 2열에 다가서면 스마트 파워 슬라이딩 도어가 부드럽게 문을 열어 준다. 스마트 키만 가지고 차량에 다가가면 된다. 트렁크 역시 차량에서 멀어지면 스스로 닫힌다.
3열도 인상적이다. 구색만 맞추기 마련인 일반 SUV와 달리 무릎과 앞 좌석 사이에 주먹 하나 이상이 들어가는 3열은 2가족 이상의 여행도 문제없다. 3열 시트만 접어도 성인이 누울 만한 공간이 확보해 요즘 유행인 ‘차박’도 즐길 수 있다.
패밀리카에 최적화된 주행성능
신형 카니발은 실내 구성뿐 아니라 주행에서도 패밀리카에 최적화돼 있었다. 큰 덩치에도 핸들링은 섬세했고 가속 페달을 순간 강하게 밟는 경우에도 차가 튕기거나 하지 않아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주행이 이뤄졌다. 폭발력은 없지만, 실영역에서 꾸준하게 속도를 올렸다. 시속 150㎞까지도 무리 없다. 코너링도 부드럽게 소화했다. 급격히 속도를 올릴 때 엔진 소음이 커지는 걸 제외하고는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소음과 진동은 이전 세대보다 확실히 줄어든 느낌이다. 미니밴이고 디젤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고속 주행에서의 풍절음도 꽤 잘 잡았다. 다만 저속에서 속도를 낼 때는 약간의 소음이 좀 난다.
연비는 덩치에 비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이 차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2.6㎞(7인승 기준). 고속도로와 도심을 섞어 100㎞ 이상 달려보니 11㎞/ℓ대를 유지했다.
주행 보조 기능은 나무랄 데 없다. 특히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시스템이 탑재돼 있어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 차간 거리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 앞차가 멈추면 함께 멈췄다가 다시 출발할 정도여서 매우 안정적이다.
여기에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BCA), 후측방 모니터(BVM),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RCCA) 시스템 등도 탑재돼 운전을 돕는다. 요즘 신차에 많이 적용된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빠진 것은 다소 아쉬운 점이다.
신형 카니발의 또 다른 장점은 합리적인 가격이다. 옵션에 따라 가격은 3160만~4354만원 선이다. 기아차의 중형 SUV인 신형 쏘렌토(3024만~4113만원)와 큰 차이가 없다. 공간 활용도와 편의 사양 등을 따지면 오히려 저렴하다는 생각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