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최근 폭증하고 있다. 14일 신규확진자가 103명, 15일 166명 발생했고, 15일에는 279명으로, 첫 번째 대유행 당시인 지난 3월 8일(367명) 이후 161일 만에 가장 많은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2차 대유행 조짐이 나타나면서,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영화계에 다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반도'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며 정상화의 희망을 잃지 않았던 극장가는 다시 개봉 연기·행사 취소·극장 휴업의 늪에 빠졌다. 이미 한 차례 개봉을 미뤘던 '국제수사'는 또 계획을 변경했다. '국제수사'의 배급사 쇼박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8월 19일로 예정되어 있던 개봉 일정을 잠정적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리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고 집단 감염에 대한 사회 전반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신작 개봉으로 관객들을 극장에 밀집시키는 것이 정부의 방역 노력을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으로 고심 끝에 개봉 연기를 결정했다. 관객들과 약속한 개봉일에 영화를 선보이지 못하게 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지역 사회 구성원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임을 양해 부탁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8일 진행 예정이던 언론 배급 시사회도 취소됐다.
'국제수사'는 이미 많은 마케팅 비용을 쓴 상태다. 개봉까지 언론배급시사회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배우들도 여러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홍보를 위해 발로 뛰었다. 이같은 노력에도 코로나19라는 사태를 다시 맞닥뜨렸다. 특히 영화진흥위원회가 관객의 극장 방문을 독려하기 위해 배포 중이던 영화관 할인권을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로 인해 17일부터 사용하지 못하도록 바꾸자, 급하게 개봉 연기로 노선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년만에 열리려던 오프라인 제작보고회도 온라인으로 선회 변경됐다. '승리호'다. 지난 2월 '콜' 이후 6개월 만에 오프라인 제작보고회를 열고 항해의 시작을 성대하게 알리려던 '승리호'가 코로나19 암초를 만났다. '승리호'의 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는 "최근 코로나19 유행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함에 따라 부득이하게 온라인 제작보고회로 변경하게 됐다"고 알렸다.
개봉 12일 만에 35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어렵게 성사시킨 무대인사 일정을 취소했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8월 17일 예정됐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출연진의 감사 무대인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예방 차원에서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저희 영화를 응원하기 위해 해당 시간에 예매해주신 관객 분들의 너른 이해를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국제수사'와 '승리호'는 이미 코로나19로 한 차례 개봉을 미룬 바 있는 작품이다. '승리호'의 경우 추석 개봉으로 아직 조금의 여유는 있다지만, '국제수사'의 경우 상황이 급박하다. 개봉 시기를 놓치면 어쩔 수 없이 오랜 시간 창고에서 묵힌 영화가 될지 모른다. 그렇다 해서 개봉을 강행할 수도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오랜만에 흥행세를 이어가던, 영화계의 희망이 된 작품. 손익분기점은 넘어섰다지만, 여전히 뜨거운 화력을 보여주며 관객을 더 동원할 수 있는 시점에서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를 만났다. 아쉽고 또 아쉽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개봉을 미루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홍보 마케팅 계획을 모두 다시 세워야 하며, 예산 문제도 크다. 그래도 어찌하겠나. 영화를 봐줄 관객이 없는데 소중한 작품을 내놓기는 어렵다"며 "요즘 들어서 조금 숨을 쉬는 듯했는데, 더욱 암흑 속으로 들어가는 양상이다. 하루빨리코로나19로 인한 상황이 호전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17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97명 늘었다. 누적 확진자는 1만5천515명이다. 나흘 연속 세 자릿수를 나타냈다. 교회와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지역사회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격상한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도 요건이 충족되는지 보면서 중대본 회의를 통해 격상 여부를 검토하려 한다"고 17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