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눈물바다, 악몽이 시작될 조짐이 보인다. 불안한 환경 속 최악의 상황만큼은 피할 수 있길 그 누구보다 간절히 희망하는 영화계다.
성공적인 여름시장을 보내게 될 것으로 여겨졌던 한국 영화계에 다시금 빨간불이 켜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여파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으로 급격히 확산됨에 따라 영화계는 또 빗장을 걸어 잠근 채 눈치싸움을 펼치게 됐다.
완벽한 정상화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7월 중순 '반도(연상호 감독)'를 포문으로 상반기엔 발도 들이지 못할 것처럼 여겨졌던 국내 대작들과 관객이 오랜만에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열린 것에 감사한 시간이었다.
관객은 급증했지만 각 극장들은 더 더욱 방역에 힘쓰며 코로나19 안전 예방에 만전을 기했다. 열체크 및 문진표 작성 등 복잡한 과정도 혹여 잠시나마 숨통을 트일 수 있는 문화 생활을 또 멈추게 될까 모두가 한 마음으로 임했다. 각종 행사는 온·오프라인으로 나뉘어 치러졌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버텼지만 지독한 코로나19에 또 발이 묶일 전망이다. 15일과 16일 이틀간 서울·경기지역 확진자는 400명에 육박함에 따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6일 자정을 기점으로 서울과 경기지역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 방역이 뚫리면서 심각성은 더욱 높아졌고, 확산 속도는 지난 3월 대구·경북 지역보다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신규 확진자가 이틀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처음이다.
집단 감염 위험이 높은 시설 운영은 중단되고 스포츠 경기 관중 입장은 제한된다. 밀폐된 공간으로 가장 먼저 피해를 입고, 가장 늦게 정상화 시계를 돌린 영화계 역시 허탈한 분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먼저 영화진흥위원회는 14일부터 실시한 영화관 할인권을 17일부터 전면 중단, 관객들의 극장 방문에 제동을 건다. 앞서 CGV 용산아이파크몰과 CGV 압구정점은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으로 연이어 임시 휴업을 단행하기도 했다.
오프라인 행사는 전면 취소다. 누적관객수 300만 명을 넘어서며 흥행 감사 무대인사와 함께 축포를 터트리려 했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홍원찬 감독)' 팀은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예방 차원'에서 17일 스케줄을 백지화 시켰다.
지난 2월 '콜(이충현 감독)' 제작보고회 이후 약 6개월만에 18일 오프라인 제작보고회를 추진했던 '승리호(조성희 감독)'도 온라인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제작보고회는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하더라도 여름에서 한 차례 미뤄 9월 23일로 못 박은 개봉에는 차질이 없을지 미지수다.
16일에는 개봉을 단 3일 앞둔 '국제수사(김봉한 감독)'가 19일 개봉을 전격 취소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국제수사' 제작사 쇼박스 측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개봉 일정을 잠정 연기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쇼박스 측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고집단 감염에 대한 사회 전반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신작 개봉으로 관객들을 극장에 밀집시키는 것이 정부의 방역 노력을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으로 고심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국제수사'의 갑작스러운 개봉 취소에 따라 '국제수사' 측은 물론, 홍보에 총력전을 기울였던 배우들과 극장들도 망연자실한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각 극장은 쇼박스로부터 해당 내용을 전달받은 후 사전 예매 관객들에게 일괄 자동취소(환불) 메시지를 전송했다.
'국제수사' 주역 곽도원·김희원·김대명·김상호는 스케줄 등을 이유로 매체 인터뷰를 포기한 대신 MBC '나 혼자 산다', SBS '런닝맨' '미운 우리 새끼' 등 예능 홍보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개봉이 미뤄지면서 열심히 뛴 보람이 무색하게 됐다.
네 배우는 '국제수사'가 상반기 개봉을 추진할 당시에도 완천체로 JTBC '아는 형님'에 출격했지만 출연 자체에 의의를 둬야만 했다.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홍보에 올인, 마지막 개봉만 남겨두고 있었던 만큼 그 참담함은 감히 헤아리기도 힘들다.
충무로 관계자는 "여름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우려와 걱정은 당연하게 뒤따랐다. 하지만 예상보다 더 안전하게 시즌이 흘러가면서 모두가 감사해 했고, 1000만 시대는 이미 물건너 간 상황에서 100만, 200만 명의 누적 관객에도 기쁨의 환호가 터졌다"고 전했다.
이어 "기세를 몰아 8월과 9월, 더 나아가 추석 시즌까지 다양한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확정짓고 관객들과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다시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씁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더 이상의 큰 피해없이 'K 방역'의 수준이 지켜지길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영화들이 줄줄이 계획을 변경하면서 8월 셋째 주로 예정된 타 영화 일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할리우드 대작 '테넷(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19일 공식 시사회, 20일 라이브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21일에는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후쿠오카(장률 감독)' 시사회가 열린다. 변동없이 행사가 치러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