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스 KIA 감독과 류중일 LG 감독이 1985년 대학생 시절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KIA 제공 12일 현재 4위 LG와 5위 KIA는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다. 냉혹한 승부를 앞두고도 양 팀 사령탑은 경기 전 추억을 공유하며 웃는다.
류중일(57) LG 감독은 12일 잠실 KIA전에 앞서 지인으로부터 받은 사진 한장을 들고 원정팀 KIA 감독실을 방문했다. 1985년 국내에서 열린 7월 한·미 대학선수권대회 경기 장면이었다. 한양대 재학 중이었던 류중일 감독은 대표팀에서 강기웅(전 삼성)과 키스톤 콤비를 이뤘다. 이 대회에 맷 윌리엄스 KIA 감독도 미국 대표로 참가했다.
35년이 지나 두 사람은 '대학생' 시절 사진을 보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류중일 감독은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윌리엄스 감독은 "지금과 달리 (내) 머리카락이 많더라"며 웃었다.
류 감독의 기억에 따르면, 당시 윌리엄스는 안타를 치고 나가 2루 도루를 시도하다가 아웃됐다. 윌리엄스 감독은 "재밌게 사진을 봤다. 도루 실패해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내가 2루 도루를 시도하면 항상 아웃되는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두 감독은 전날(11일)에도 만났다. 사령탑은 대개 3연전의 첫 경기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는데, 이틀 연속 만나는 건 흔치 않은 광경이다.
KBO리그의 새 문화가 된 윌리엄스 감독의 '와인 투어'는 류 감독과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됐다. KIA와 LG가 올해 첫 맞대결을 펼친 5월 말, 원정팀 류중일 감독이 먼저 윌리엄스 감독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KBO리그에는 시즌 첫 3연전 때 양 팀 감독이 인사를 나눈다"고 특별한 문화를 소개했다.
KBO리그의 관례를 알게 된 윌리엄스 감독은 9개 구단 감독의 이름을 각인한 상자에 와인을 담아 선물하기 시작했다. 9개 구단 감독도 가만있지 않았다. 수원 왕갈비(이강철 KT 감독), 충청 지역의 전통주인 소곡주(키움 손혁 감독) 등으로 답례했다. KIA와의 두 번째 3연전을 앞두고 류중일 감독은 "나는 뭘 준비해야 하노"라며 고민했다. 결국 건강을 챙기라는 의미로 홍삼을 전달했다.
12일 류중일 감독의 홈런 위치를 찾아가 기념사진을 찍은 윌리엄스 감독의 모습. KIA 제공 류 감독은 "내가 잠실구장 개장 1호 홈런(1982년 경북고 시절) 주인공"이라고 자랑했다. 이에 윌리엄스 감독은 "잠실구장에 가면 홈런 타구가 떨어진 곳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러자 류 감독은 11일 그라운드에서 윌리엄스 감독을 만나 당시 공이 떨어진 위치를 설명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12일 이곳에서 만세를 부르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윌리엄스 감독도 한·미 대학선수권대회에서 잠실구장 홈런을 친 기억이 있다. 그는 "내 홈런 타구가 떨어진 위치를 기억하진 못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류중일 감독의 낙구 지점보다) 조금 위쪽에 있을 거다. 나는 당시 알루미늄 배트로 쳤다"며 껄껄 웃었다. 류 감독이 가지고 온 사진을 보며 윌리엄스 감독은 35년 전 이태원 거리를 걸었던 추억도 떠올렸다. 추억은 꼬리를 물고, 새로운 화제를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