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펭귄' 펭수와 EBS 이슬예나 PD를 만났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만남. 펭수는 수상작으로 이름이 새겨진 트로피를 바라보며 "안 그래도 트로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라고 가장 먼저 반겼다. 이슬예나 PD가 트로피를 만지려고 하자 "이건 내 겁니다!"라고 선을 그어 웃음을 안겼다.
EBS '자이언트 펭TV'는 지난 6월 5일 열린 제56회 백상예술대상에서 교양 작품상을 수상했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TV로 넘어온 대표적인 사례로 유튜브와 TV의 경계선을 허물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청년 세대들의 감성을 대변한다는 점, 펭수의 장기를 활용해 예능적인 측면을 강조하다가도, 사회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은 교양 프로그램으로 변주한다는 점에서 다소 경직되어 있던 교양의 패러다임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백상예술대상 수상 축하 자리는 본래 취중토크로 마련되지만 펭수의 나이를 고려해 이번엔 '무(無) 취중토크'로 진행했다. 특히 내일(8일) 생일을 앞둔 펭수를 위해 펭숙소에서의 '미리 생일파티' 콘셉트로 꾸려졌다. 펭수는 자신의 얼굴과 닮은 케이크를 보곤 신기한 듯 날개를 펼쳐 만져봤다. 호기심 가득한 모습이었다. 거침없는 장난기로 주변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른 날개엔 백상 트로피를 붙들었다. 트로피가 순식간에 '미니' 사이즈로 변하는 마법이 일었다.
-펭수 생일을 미리 축하합니다.
펭수 "오~! 생일 축하 감사해요. 잘 먹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취중토크 인터뷰 대신이라고요? 그럼 요구르트라도 먹을 걸 그랬네 이거."
-촛불은 안 켰지만 생일 케이크를 앞에 두고 있으니 소원 빌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소원이 뭔가요.
펭수 "(조용히 소원을 비는) 오케이. 그건 비밀입니다."
-이 자리는 백상예술대상 교양 작품상 수상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예요. 벌써 두 달이 흘렀네요.
이슬예나 PD (이하 이) "다른 작품들이 워낙 교양이 넘치는 작품이라 내심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기대는 했지만 수상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펭수 "저는 제가 거기 왜 갔는지도 몰랐고 의자에 앉으라고 해서 그냥 앉았습니다."
이 "감사하게도 펭수를 위해 2인용 의자를 준비해주셨더라고요. 이후에 펭수가 (SNS 상에서) '왕궁둥이'라고 놀림받았지만 그날 많은 배려에 감사했어요."
펭수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날 드레스 코드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펭수 "뭘 입을까 고민하다가 시상식 바로 전에 결정했습니다. 모차르트 느낌도 나고 그랬는데 제 픽이었습니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했어요.
펭수 "오~! 근데 편견이 없는 건 당연한 거고요. (심사위원님들의) 눈썰미가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 "만장일치였다는 소식을 접하니 기쁘네요. 시상식 날 '심사위원분들의 편견 없음에 감사하다'라고 말했던 이유가 우리도 콘텐트를 만들어가면서 항상 아이템이 다르다 보니 이게 교양이다, 예능이다, 어린이 대상이다, '어른이'(어른과 어린이의 합성어) 대상이다 정하기보다 펭수를 통해 웃음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카테고리 자체를 정하기 쉽지 않은데 교양 작품상 후보에 올라 수상까지 하게 됐죠. 제작진의 의도를 알아준 느낌이에요."
-혹시 못다 한 수상소감이 있나요.
펭수 "저는 할 말을 다했습니다. 너무 뿌듯했어요. (수상소감에 리액션 좋았던 김혜수, 손예진 배우에게) 이 자리를 빌려 정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주변에서 축하를 많이 받았죠. 기억에 남는 축하 인사가 있나요.
이 "별들의 잔치에 펭수와 함께 간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어요. 그런 분들 사이에 펭귄 한 마리와 제가 같이..."
펭수 "참나. 이거 다 겸손한 척하는 겁니다. 우리가 별인데 무슨 별들의 사이야.(웃음)"
이 "부모님도 '네가 별이야'라는 좋은 말을 해줘서 기억에 남아요."
-범이나 뚝딱이 선배님은 뭐라고 하던가요.
펭수 "범이는 '상 받았다며?' 이러면서 질투했고요. 뚝딱이 선배님은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시상식 현장에서 보고 반가웠던 사람이 있나요.
펭수 "강하늘 배우가 절 보고 소리를 질렀어요. 놀란 것 같아요. 같이 사진도 찍었습니다."
이 "배우들분이 펭수를 보고 인사하고 사진도 찍고 그래서 재밌었어요."
-김다미 배우도 펭수랑 사진 찍지 못해 아쉬웠다고 하던데요.
펭수 "그래요? 진짜로요?(웃음) 제가 바로 '펭새로이'(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박새로이 패러디 중)입니다만."
-요즘 고민이 있나요.
펭수 "요즘 고민 없어요."
이 "펭수가 고민이 없는 게...(웃음) 고민이 따로 있다기보다는 이번이 펭수가 한국에 와서 맞는 두 번째 생일인데요. 한국에서 여러 번 생일 축하를 받고 그러길 바라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꾸준하게 하고 있어요."
-펭수 생일에 온라인 팬미팅을 진행하죠.
펭수 "'자이언트 펭TV'를 통해 보세요. 근데 그거 어떻게 알았어요?"
이 "펭수, 홍보팀에서 알렸어요. 팬미팅을 몰래 할 순 없잖아요."
펭수 "그걸 왜 말했어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계획인가요.
펭수 "준비하고 있는 것들은 다다 비밀입니다."
-춤과 노래도 볼 수 있나요.
펭수 "그것도 비밀입니다. 8월 8일 오후 8시 8분에 유튜브를 통해 보세요."
-당장 내일이니 조금만 힌트를 주세요.
펭수 "다섯 글자로만 홍보해요."
이 "라이브예요."
펭수 "오~!"
-팬미팅을 앞둔 소감은요.
펭수 "솔직히 팬들을 직접 보고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아쉬워요. 언젠가 직접 보는 날도 오겠죠. 그때 팬미팅도 다시 열겠습니다."
〉〉2편에 계속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사진=박세완 기자 영상=박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