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가 다수 나와 폐쇄됐다가 지난 2일 다시 문을 연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쿠팡 신선물류센터 앞으로 한 트럭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이 '남 탓'을 시작했다. 지난 5월 말 이후 쿠팡 부천 신선물류센터 등지에서 152명의 확진자가 나온 것은 '슈퍼 전파자'인 인천 학원 강사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쿠팡은 인천 학원 강사에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쿠팡 노동자들과 정치권·법조계는 "쿠팡이 방역 당국의 지적을 받고도 진정한 사과와 반성 없이 남 탓만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쿠팡의 이런 남 탓을 박원순 서울 시장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핵심 라인'으로 불리는 추경민 서울시 전 정무수석의 부사장 영입과 연결 짓기도 한다.
'내 탓' 없이 '남 탓' 하는 쿠팡
쿠팡은 7일 자체 뉴스룸을 통해 "부천 신선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확진자를 통보받은 시기가 늦었기 때문"이라며 "이태원을 다녀온 인천 학원 강사의 거짓말이 없었더라면 부천물류센터에서의 감염 발생 양상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쿠팡은 이어 해당 학원 강사에 대해 소송 등을 통해 법적 책임을 묻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과 쿠팡 노동자들은 쿠팡의 이런 대처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방역 당국의 지적을 받고도 반성은커녕 남 탓만 한다는 것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6일 쿠팡발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을 두고 "거리두기와 여러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쿠팡의 인천 학원 강사 소송 발언을 듣고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팡은 확진자가 발생한 것을 알고도 계속 업무를 시켰고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류 의원은 "쿠팡이 자기 책임을 통감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인천 학원 강사의 탓을 하는 것은 뜬금없다. 쿠팡발 코로나19 피해노동자 모임 반응도 같은 분위기"라고 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쿠팡 소송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목소리도 나온다. 쿠팡이 인천 학원 강사에게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승소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부천 물류센터 최초 확진자는 인천 학원 강사로부터 5차 감염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법무법인 다온의 김재형 변호사는 "먼저 소송의 승소 여부는 사실관계를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만약 5차 감염이 사실이라면, 쿠팡의 승소 가능성은 극히 낮다. 쿠팡이 이 학원 강사에게 직접 손해배상 소송을 해 이기려면 학원 강사가 처음부터 자신의 행동으로 쿠팡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예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5차 감염으로 추정되는 쿠팡은 그 예상 범위 밖에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류 의원은 "쿠팡이 실제 소송할 경우 승소 확률이 얼마나 될 것이라고 보는지 의문"이라며 "쿠팡은 이런 대응 방식은 낯설지 않다. 쿠팡의 인천 학원 강사 소송 발언은 쿠팡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증표"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인사 부사장 영입한 쿠팡
일부에서는 최근 정치권 인사를 영입한 쿠팡이 정치적 레토릭(수사법)을 구사하고 있다고 본다.
쿠팡은 인천 학원 강사 탓을 시작한 7일 추경민 서울시 전 정무수석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고 확인했다. 쿠팡 관계자는 "대관업무를 주로 맡을 예정"이라며 "쿠팡은 인재 영입을 통해 조직 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경민 쿠팡 부사장 추 신임 부사장은 여권 유력 정치인과 깊은 인맥을 쌓아온 인물이다.
성균관대학교 출신의 추 신임 부사장은 박원순 서울 시장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핵심 라인이라고 불려왔다. 특히 기 의원과는 학생운동 선후배 사이로 끈끈한 인연을 자랑한다.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박 시장과도 각별하다. 추 신임 부사장은 서울시에서 정무보좌관과 기획보좌관 등을 지내며 박 시장을 보좌했다. 2017년 12월 정무수석을 맡았지만, 반년도 되지 않은 2018년 6월 박 시장의 지방선거 캠프에 참여하기 위해 사표를 썼다. 이후 지난해 5월부터 다시 정무수석을 지냈다. 박 시장은 2011년 취임 이후 정무수석에 썼던 인물을 재기용하는 사례가 없었다. 박 시장이 추 신임 부사장을 얼마나 신임했는지 엿볼 수 있다.
추 신임 부사장의 주요 경력에 IT나 이커머스와 관련한 부분은 사실상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추경민 쿠팡 신임 부사장은 기동민 의원실 보좌관 출신이고 정치적 인맥이 넓은 분"이라며 "쿠팡이 추 부사장이 출근한 지 하루 만에 인천 학원 강사 소송 발언을 한 것과 연관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