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 복귀설'이 결국 없었던 일로 마무리 됐다. 끝없는 부진 위기 속에서 고민하던 인천 유나이티드도 악수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임완섭(49) 감독과 결별한 인천이 유상철(49) 명예 감독 복귀를 추진했다가 결국 철회했다. 지난 27일 끝난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9라운드 FC 서울과 '경인 더비'에서 0-1로 패하면서 구단 최다 7연패(2무) 위기에 빠진 인천은 임 감독과 28일 결별했고 다음날 유 감독 복귀설이 불거졌다. 유 감독은 지난 시즌 강등 전쟁이 한창일 무렵 췌장암 4기 판정을 받았고, 투병 와중에도 인천 잔류를 이끌었다. 시즌이 끝난 뒤인 12월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 사임한 유 감독은 1월 명예 감독으로 추대됐다. 건강 문제로 팀을 떠나긴 했지만 유 감독은 올 시즌 꾸준히 인천 경기를 찾아 지켜보며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최근 전달수 대표이사와 만나 복귀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감독의 복귀 의사가 워낙 강력했지만 그 못지 않게 건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고 인천 구단도 여기에 공감했다. 사실 29일 오전까지만 해도 인천 내부는 유 감독의 복귀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였다. "유 감독 복귀가 확정적"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항암치료를 모두 마친 유 감독은 대외 활동도 가능하다는 주치의 소견을 받았다는 것이다. TV 예능 프로그램 등에도 출연하며 호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본인의 강한 복귀 의지에 맞물려 건강 상태가 좋아진 점, 지난 시즌 강등권의 팀을 잔류로 이끈 경험과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
병마를 이겨낸 유 감독이 돌아와 다시 한 번 팀을 잔류로 이끌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얘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몇 년 동안 고질적으로 반복되어 온 인천의 문제는 단순히 감독 탓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문제다. 더구나 유 감독은 아직 췌장암 완치 판정을 받은 것도 아니라 걱정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성적으로 말해야 하는 프로축구의 세계에서 감독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으로 엄청나다. 프로야구 SK 염경엽(52) 감독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경기 도중 쓰러진 게 불과 닷새 전이다.
물론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유 감독일 것이다. 직접 경험해 본 강등 전쟁의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알면서도 복귀 의사를 내비쳤다는 점은 유 감독이 인천에 대해 얼마나 책임감을 갖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그러나 유 감독이 정말로 그라운드에 돌아오는 건 또다른 문제다. 만에 하나, 시즌 도중 유 감독의 건강이 악화되기라도 할 경우 인천이 맞닥뜨릴 후폭풍은 엄청나다. 사령탑을 또 교체해야 할 가능성도 있고, 아무리 유 감독의 복귀 의사가 강경했다고 한들 이를 선택한 건 구단인 만큼 책임 역시 면하기 어려워진다. 인천이 고심한 부분이다. 인천 관계자는 "주치의에게 다시 확인한 결과 호전된 것은 사실이나 감독직 수행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감독님도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복귀 의지를 불태운 유 감독의 책임감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세계 각국 리그가 코로나19 때문에 중단됐다가 다시 재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K리그도 코로나19로 인해 두 달이나 늦게 시즌을 시작해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우리는 왜 축구가, 그리고 다른 스포츠가 멈췄는지 그리고 관중 없는 경기를 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다. '건강'을 위해서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건강한 '유비' 유 감독을 더 오래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