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FC서울과 경기에서 패배한 뒤 사퇴한 임완섭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팀 최다 7연패, 그 부진의 무게는 너무나 무거웠다. 임완섭(49)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결국 사퇴했다.
임 감독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9라운드 FC 서울과 원정 경기를 마치고 공식 기자회견에서 사퇴의 뜻을 전했다. 이날 경기서 0-1로 패한 인천은 2무9패(승점2)로 개막 9경기 무승에 그치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개막 후 2경기 연속 무승부 이후 7경기를 내리 지면서 팀 최다 연패 기록인 7연패에 빠진 것이 치명적이었다. 임 감독은 "팬들과 구단에 죄송할 따름이다. 감독으로서 모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조만간 빨리 구단과 합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해 사실상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인천은 28일 공식적으로 임 감독과 결별을 알렸다.
쉽지 않은 자리였다. K리그2 안산 그리너스 사령탑이었던 임 감독은 지난 시즌 막바지, 췌장암 투병 중에도 팀을 지휘한 유상철 감독이 올해 1월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명예 감독으로 물러나면서 후임으로 인천 지휘봉을 잡았다. 안산 시절부터 짠물 수비를 바탕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임 감독은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인천을 맡아 팀을 만들고자 했으나 개막 전부터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 수가 줄어드는 등 악재가 겹치며 부진의 늪에 빠졌다. 결국 팀 최다 연패 기록의 불명예를 쓰게 된 임 감독은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는 길을 선택했다. 인천을 거쳐간 열세 번째 지도자이자 열 번째 감독의 안타까운 결말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인천은 승강제 도입 이후 매 시즌 막바지 극적인 잔류에 성공하면서 '생존왕', '잔류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전북 현대, 울산 현대, 수원 삼성, 포항 스틸러스, 서울과 함께 아직 단 한 번도 강등되지 않은 6팀 중 하나가 바로 인천이다. 한 번도 강등 당하지 않은 건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지만, 매 시즌 피 말리는 잔류 전쟁을 치러야 하는 건 구단도 팬들도 모두 스트레스가 크다. 특히 성적을 책임져야 하는 사령탑에게 지워지는 부담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시즌 초중반까지 부진하다 사령탑을 교체하고, 감독 교체 효과를 바탕으로 잔류에 성공하는 공식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최근 몇 년만 놓고 봐도 김도훈, 이기형, 욘 안데르센 등 감독들이 모두 비슷하게 부임해 소방수 역할을 한 뒤 성적 부진으로 1~2년 내 팀을 떠났다. 인천의 '레전드'로 꼽히는 장외룡 전 감독을 제외하면 온전히 두 시즌을 다 치른 감독을 찾아보기 힘들다. 김봉길, 이기형 전 감독도 대행 시절까지 포함해야 2년을 채울까 말까다.
시즌 초반 부진과 감독 교체, 여기까지는 언제나와 같은 풍경이다. 남은 건 감독 교체 후 반등에 성공하느냐 뿐. 일단 눈 앞의 과제는 첫 승이지만 당장 울산(7월 4일) 원정, 상주(11일)-전북(18일) 홈, 포항(25일) 원정 등 상위권 팀들과 줄줄이 맞붙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어 쉽지 않다. 그래도 인천은 또 한 번의 '잔류왕'을 위해 후임 사령탑 선임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선수 보강을 위해 여름 이적시장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매 시즌 그랬던 것처럼, 기적과 같은 인천의 잔류 드라마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잔류에 성공하든 아니든, 감독이 채 2년도 버티지 못하는 슬픈 팀의 상황부터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