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보다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위기에 놓인 두 팀이 이번 주말 운명적인 맞대결을 치른다. 5연패에 빠진 FC 서울과 8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 중인 인천 유나이티드가 맞붙는 '경인더비'다. 두 팀은 오는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9라운드에서 올 시즌 첫 '경인더비'를 치르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치르는 맞대결이라 이 경기에 쏠리는 관심이 대단하다.
그동안 경인더비는 대체로 상위권 서울에 도전하는 언더독 인천의 양상으로 치러져 왔다. 서울이 극도의 부진 속에 강등권까지 추락하며 힘든 시즌을 보냈던 2018시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인더비에선 서울이 인천보다 앞선 순위에서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올 시즌은 두 팀의 상황에서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서울은 5연패 부진 속에 2승6패(승점6)로 리그 11위, 인천은 아직도 개막 첫 승을 올리지 못한 채 2무6패(승점2)로 12위를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걸려있는 보상도 확실하다. 서울은 지긋지긋한 연패 탈출, 인천은 시즌 첫 승이다. 보상에 따라올 '팀 분위기 전환'과 '반등 계기'도 간절하다.
져서는 안 되는 경기이자,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가 되어버린 경인더비의 승자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두 팀의 맞대결이 경인더비로 주목받게 된 건 지리적으로 인접한 수도권 팀간의 맞대결이라는 점도 있지만, 거친 몸싸움과 서포터 간의 충돌까지 불사하는 응원전, 전력 차에도 쉽게 결정 나지 않는 치열한 경기 내용이 더 크다. 서울과 인천은 언제나 서로에게 까다로운 팀이었다. 실제로 2012년과 2013년 3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3-2 펠레 스코어가 나올 정도로 두 팀의 대결은 언제나 치열했다. 역대 통산 상대전적에선 서울이 21승 17무 11패로 우세한 편이지만 숫자로 보는 것 이상의 접전이 부지기수로 펼쳐졌다.
이처럼 가뜩이나 맞붙으면 거칠어지는 경인더비의 성향에, 올 시즌 두 팀의 절박한 상황까지 더해졌다. 개막 전부터 안팎으로 소란스러웠던 서울은 지금의 이 부진을 떨쳐내지 못하면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곤두박질쳤던 2018년의 악몽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전망에 시달리고 있다. 인천도 이대로 무승이 계속된다면 그동안 지켜온 '잔류왕'의 타이틀을 내려놓아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승점 3점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타이밍에 서로를 만났으니 '너를 이겨야 내가 산다'는 말이 현실이 될 수밖에 없다.
심리적인 부담감은 아무래도 서울 쪽이 조금 더 크다. 5연패에 빠지는 동안 공수 양면에서 문제점이 드러났고 집중력도 크게 떨어졌다. 리그 8경기 동안 5골(18실점)에 그친 빈공을 감안하면, 그래도 공격보다 수비 쪽에 조금 더 안정감을 보이는 인천을 상대하기란 만만치 않은 과제다. 더구나 서울은 경인더비 다음 곧바로 수원 삼성과 '슈퍼매치'를 치러야 한다. 수원 역시 시즌 초반 부진하며 순위표 아래쪽에 내려와 있지만, 연달아 치르는 라이벌전은 여러모로 부담스럽다. 인천전과 수원전을 연달아 패할 경우 구단 최다 연패 기록(7연패) 타이를 기록할 수도 있어 선수단의 마음은 더 무겁다.
그렇다고 인천이라고 해서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인천 역시 지난 8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전에서 0-1로 패하며 구단 최다 연패인 6연패에 빠졌다. 시즌 초부터 연이은 부상 변수로 어려운 시간을 보낸 데다, 지난 부산전에서 '에이스' 무고사(28)도 부상을 당했다. 심각한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분간 결장이 예상돼, 인천 입장에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