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의 기다림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100일 동안 중단됐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재개되면서 리버풀의 절박한 도전도 마지막 장에 접어 들었다.
유럽 전역으로 확산된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 중단됐던 EPL이 18일(한국시간) 열린 애스턴 빌라와 셰필드 유나이티드의 경기로 2019~2020시즌 잔여 일정을 재개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주어진 시간이 촉박해 리그 종료일까지 약 40일 동안 주중, 주말 모두 경기를 치러야 하는 가혹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 채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과 선수단의 체력 문제 등 여러 가지 우려되는 부분들은 있지만, 재정 문제에 부딪혔던 구단들이나 축구에 목말랐던 팬들 모두 EPL 재개를 반기고 있다.
그 중에서도 리그 재개가 가장 반가운 팀은 단연 리버풀이다. 코로나19로 리그가 중단된 지난 3개월 가까운 시간 동안 리버풀은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리그 18연승을 달리며 압도적 1위로 승승장구하던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우승을 채 확정 짓지 못한 채 리그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EPL 조기 종료 여부가 화두에 오를 때마다 올 시즌 순위 결정 문제와 함께 리버풀의 우승을 인정해야 하느냐, 혹은 시즌을 무효로 돌려야 하느냐 등의 내용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시즌 취소·무효론이 대두될 때마다 자력 우승까지 단 2승 만을 남겨둔 리버풀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EPL은 무관중 경기 체제로 재개했고 아직까지 순조롭게 경기를 치르고 있다. 누구보다 리그 재개를 간절히 기다렸던 리버풀 역시 22일 지역 연고 라이벌 에버턴과 '머지사이드 더비'를 통해 경기를 치렀다. 오래 기다린 경기지만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리버풀이 만약 이날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우승까지 단 1승, 만약 23일 열린 맨체스터 시티-번리전에서 2위 맨시티가 패했다면 바로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리버풀은 0-0 무승부에 그치며 승점 1점을 추가하는데 그쳤고, 맨시티는 보란 듯이 번리를 5-0으로 완파하며 리버풀의 조기 우승 확정을 방해했다. 여전히 리버풀(승점83)과 맨시티(승점63)의 격차는 승점 20점으로 광활하지만 마음 바쁜 리버풀로선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는 결과다.
더비 라이벌이다보니 치열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곤 해도, 리버풀의 경기력은 예전 같지 않았다. 3개월이나 중단됐다가 재개한 뒤 치른 첫 경기라서인지 리버풀이 자랑하던 위력적인 공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래도 위르겐 클롭 감독은 "시즌을 다시 시작할 때 생길 수 있는 일반적인 일"이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에버턴전에서 승리했다면 리버풀로선 더할 나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클롭 감독과 리버풀은 여유가 있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맨시티가 전승을 하더라도 리버풀은 그 중 2승만 챙기면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2년 EPL이 출범한 뒤 한 번도 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던 리버풀의 '한'이 드디어 풀릴 시간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