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복귀를 타진 중인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23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강정호가 기자회견장을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이젠 구단의 '철퇴'가 내려질 타이밍이다.
23일 오후 논란 속에 강정호(33)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5일 미국에서 입국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잠복기를 고려해 2주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이날 입장을 밝혔다.
내용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예상 가능한 답변만 잔뜩 내놨다. 첫해 연봉 반납, 음주운전 방지 캠페인 참여, 유소년 야구봉사 활동 등 내놓을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잔뜩 꺼냈지만 어떤 얘길 해도 공감대가 형성되기 어려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표현이 딱 어울렸다. 무려 3번의 음주운전 적발. "4년째 금주하고 있다"는 그의 말에서 진정성을 느끼기 힘든 이유다.
KBO는 강정호를 멈춰 세우지 못했다. 지난달 25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솜방망이 처벌(선수 등록시점부터 1년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에 그쳤다. 강정호는 KBO 징계가 나온 뒤 귀국 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상벌위원회에 참석해 소명할 기회가 있었지만, 법률대리인만 세워 뒤로 빠졌다. 그가 상벌위원회에 제출한 건 컴퓨터로 작성한 반성문에 자필 서명을 추가한 게 전부였다.
국내 복귀를 타진 중인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23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강정호가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정호는 기자회견에서 "사과가 늦어진 점은 정말 죄송하다. 상벌위가 늦어진 것도 있고, 코로나19로 늦어지기도 했다"고 변명했다. 4월 중순쯤 KBO에 상벌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한 건 강정호다. 그때 빠르게 준비했다면 상벌위원회 날짜에 맞춰 입국해 관련 내용에 대한 소명과 사과할 기회는 충분했다.
강정호 국내에 복귀하면 안 되는 이유. 그가 기자회견에서 내뱉은 말에 답이 있다. 강정호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가드레일 들이박고 현장 수습하지 않고 숙소로 가버리는 행동을 저질렀다. 정말 나쁜 행동이었고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다"고 했다. 그의 3번째 '사고'는 단순 음주운전 적발이 아닌 음주 뺑소니였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중범죄다.
강정호는 향후 계획을 밝히면서 "음주운전을 하면 자기 인생을 어떻게 망칠 수 있는지 알려서 우리나라 음주운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음주운전을 3번이나 저지른 선수가 리그에 복귀하는 건 오히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낮추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는 프로야구 원년 캐치프레이즈를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내 복귀를 타진 중인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23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강정호가 기자회견장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그는 "제가 과연 한국에서 야구를 할 자격이 있는지…자격 없다고 많이 생각했다"고 했다. 그렇게 판단했다면 복귀 의사를 철회해야 한다. 이제 와서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음주운전 자체만으로 심각한 범죄인데 이를 두 번이나 구단에 은폐했다. 3번째 음주운전 적발이 아니었다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사건이다. 그동안 철저하게 구단을 속였던 강정호. 늦었지만 구단의 철퇴가 필요한 이유다. 내부 기강을 바로 세울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