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간소화'다. '완전한 형태'의 올림픽을 목표로 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10일 이사회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개최가 1년 연기된 도쿄 올림픽을 당초 계획보다 간소화해 치르기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와 합의했다. 교도통신과 요미우리 신문 등 복수의 일본 매체들은 11일 조직위가 참가자 수 축소 요청이나 관련 행사 재검토 등 대회 간소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기본 원칙을 전날 열린 IOC 이사회에 보고했고 IOC는 이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7월 24일 개막할 예정이었던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인해 내년으로 1년 연기된 상황이다. 아베 총리는 1년 연기된 도쿄 올림픽을 '완전한 형태' 즉, 지금까지와 같은 규모로 치르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나 코로나19 장기화가 불러온 경제적 피해와 불투명한 백신 개발 등 여러 가지 장애물에 가로막혔다. 그동안 아베 총리는 인류가 바이러스와 싸워 이긴 증거로 '완전한 형태'의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뜻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긴급사태 해제 후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일본 내부에서도 올림픽 개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자 한 발 물러섰다. 요미우리 신문은 모리 요시로 조직위원장이 아베 총리에게 "'완전한 형태’, ‘백신 개발’ 등 올림픽 개최에 조건을 붙이는 듯한 발언을 더이상 하지 말라"고 조언했으며 이는 '올림픽 취소론'이 다시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도쿄 올림픽은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환경 제공 ▲도쿄도민과 일본 국민의 이해를 얻기 위한 비용 최소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대회를 위한 간소화 등 3개 원칙을 바탕으로 대회 간소화와 경비 절감을 위한 200여 개의 세부 항목을 검토할 예정이다. 기존에 논의된 대로 개·폐회식 규모를 축소하고 세리머니 등 행사를 줄이는 방안, 선수촌 운영 등에서 간소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무토 토시로 조직위 사무총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되겠으나 관객 수도 축소할 수 있다"고 전해 올림픽 경기장 내 '거리두기'도 운영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도쿄 올림픽의 불운은 어쩌면 향후 치러질 앞으로의 올림픽에도 영향을 미칠 지도 모른다. 올림픽이 가져다주는 경제효과는 신기루와 같아진 지 오래이고, 최근 올림픽 개최 도시들은 모두 막대한 재정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올림픽 유산 활용 등 여러 방안으로 해법을 찾고 있지만 성과는 시원찮다. 자연히 올림픽 개최에 관심을 갖고 뛰어든는 입후보 도시들도 줄었고, IOC 역시 개최 도시 선정에 난항을 겪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개막을 목전에 두고 연기된 탓에 도쿄 올림픽은 이미 경기장 건설과 홍보 등으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취소 대신 울며 겨자먹기로 간소화를 택한 셈이지만, 올림픽 간소화 자체는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서 '뉴 노멀'로 받아 들여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간소화를 통해 그동안 대회 개최에 뒤따르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받아들이고 보다 효율적인 올림픽 시스템을 구축할 계기를 마련한다면 말이다. 이제 올림픽의 가치는 보존하되 올림픽을 둘러싼 것들은 변해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