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고 출신 송승준은 2007년 해외진출선수 특별지명을 통해 고향팀 롯데에 입단했다. 지난해까지 개인 통산 107승을 거두며 윤학길(117승)에 이어 구단 프랜차이즈 최다승 2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롯데가 가장 최근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2017년(11승5패)을 끝으로 내리막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11경기에 등판해 1패 평균자책점 4.40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송승준의 올해 연봉은 5000만 원이다. 지난해 연봉(4억원)에서 무려 87.5%가 깎였다. 현역 연장의 기로에 선 송승준은 구단에 연봉을 백지위임했고, 곧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동은 받아온 연봉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지만, 야구를 계속 할 수 있다는 점에 크게 의의를 뒀다. 그는 "한 시즌 더 야구를 할 수 있고, 선수들과 함께 뛸 기회가 왔다는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익숙했던 보직도 바뀌었다. 롯데에서 선발로만 100승 이상 거둔 그는 현재 롱릴리프. 사실상 추격조에 가깝다.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지거나,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주로 마운드에 오른다. 박진형-구승민-김원중 등으로 구성된 롯데의 젊은 필승조가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어, 송승준에게 박빙의 상황에서 등판 기회는 거의 없다.
9일까지 성적은 8경기에 나와 승리나 홀드 없이 1패만 기록하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4.30이다. 그동안 롯데에서 쌓아온 커리어에 비하면 초라하나, 송승준은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다.
특히 이닝 소화력이 돋보인다. 롯데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14⅔이닝을 던졌다. 선발 투수가 일찍 강판되면 긴 이닝을 책임져 추격의 발판을 놓거나, 후배 투수의 등판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롯데가 9-3으로 승리한 9일 한화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8-0으로 앞서다 선발 투수 아드리안 샘슨이 7회에만 3점을 뺏긴 뒤 2사 1·3루에 몰리자 허문회 롯데 감독은 송승준을 호출했다. 스코어가 꽤 벌어져 있었던 만큼 실점 없이 필승조의 부담을 줄였으면 하는 조치였다. 송승준이 승계 주자 실점으로 추격을 허용한다면 필승조까지 투입해야 하는 상황. 송승준은 첫 타자 최인호를 삼진 처리해 이닝을 마무리한 뒤, 8회까지 책임지고 내려왔다. 롯데는 필승조를 한 명도 투입하지 않고 이겼다. 비단 이 경기 뿐만 아니라, 송승준의 올 시즌 대부분 투입되는 상황이나 역할이 비슷하다. 옛 영광과 기억에 머물러 현재 역할에 실망한 내색 없이 그라운드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한다.
그의 역할은 마운드에서 그치지 않는다. 팀 내 최고 맏형인 그는 후배들의 멘토까지 맡고 있다. 박세웅이 시즌 5번째 등판까지 승리 없이 다소 흔들리자, 따뜻한 조언과 메시지를 보냈다. 그래서 박세웅은 이번 시즌 첫 승 달성 후 송승준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돋보이는 역할은 아니지만 송승준은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에 좋은 에너지를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