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얼어붙은 극장가에 '초미의 관심사'가 도전장을 낸다. 한국영화 정상화의 시작이 이 영화에 달렸다.
확진자 수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극장가에도 꽃이 피는 듯했다. 그러나 이태원에서 시작된 집단 감염 사태로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렸고, 공격적으로 개봉을 준비하던 신작들도 발톱을 감추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국도극장'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 동시 개봉을 시도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이처럼 동시기 경쟁작들이 개봉을 미루는 가운데서도 '초미의 관심사'는 극장으로 직행했다. 확진자가 하루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일단은 '고'했다. '더는 미루면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용기 있게 나섰다. 꽃길은커녕 쉽지 않은 자갈길이 펼쳐질 수도 있다. 관객의 시선은 여전히 극장에서 멀어져 있고, 코로나19로 인해 급성장을 이룬 OTT 플랫폼이 막대한 자본을 쓰며 오리지널 콘텐트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 영화 속 인물들처럼, '초미의 관심사'는 거친 자갈길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초미의 관심사'는 관객들의 관심사로 떠오를 수 있을까. 관심사와 '노 관심사' 사이의 '초미의 관심사'다.
출연: 조민수·김은영(치타) 감독: 남연우 장르: 드라마 줄거리: 돈을 들고 튄 막내를 쫓기 위해 단 하루 손잡은 극과 극 모녀의 예측불허 추격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2분 한줄평: 어설픈데 과감한 이태원 클라쓰 별점: ●●◐○○
신의 한 수: '초미의 관심사'는 이태원이다.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고, 저마다 극과 극의 사정도 있으며, 대다수의 사람이 자유분방하게 살아간다. 강남처럼 고급스럽지는 않다. 다소 어설프지만 신선하고 과감하다. 이태원의 특징이 곧 '초미의 관심사'의 특징이다. 이태원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조민수가 연기하는 엄마, 랩을 할 땐 치타이지만 노래할 땐 김은영으로 불리는 배우가 맡은 딸 두 사람의 모습을 담는다. 엄마와 딸이라지만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고, 중학교 때부터 각자 살아왔다. 엄마는 예나 지금이나 유흥가의 큰 언니이고, 딸은 무서운 외모의 이태원 무대 가수다. 사라져버린 막내도 평범하지 못한 건 마찬가지. 삐걱대는 두 사람이 막내를 쫓으며 보내는 하루의 시간 동안 그간 외면하고 있던 저마다의 서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세상에는 평범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있고, 모두 이해받을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초미의 관심사'는 화합이라는 그림으로 끝맺음 된다. 주인공 모녀 이외에도 트랜스젠더와 성 소수자, 얼굴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온 토종 한국인까지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모든 사람이 '초미의 관심사'의 관심사다. 92분의 러닝타임 동안 비주류들만 과감하고 유쾌하게 등장시킨다. 명확한 주제 의식 아래서 이태원이라는 도시의 특징처럼 쿨하게 비주류들을 버무려낸다. 어설프면서도 과감한 시도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신의 악수: '초미의 관심사'가 많은 관객의 관심사가 될 수 있을까. 누구도 자신하지 못한다. 상업영화의 틀, 혹은 재미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끝내주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거나 한 것도 아니다. 과감하고 신선하기는 한데, 저예산 영화인지라 어딘가 어설프다. 무슨 이야길 하고자 하는 건지는 알겠으나, 감동을 선사하거나 생각할 거리를 줄 만큼 깊이가 있지도 않다. 그야말로 딱 이태원이라는 도시 같은, 화려하고 즐겁지만 가벼운 그런 영화다. 제작비 문제로 여유 없이 촬영을 진행해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배우들의 연기에도 허점이 보인다. 조민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활활 불타오르고, 치타는 연신 가라앉아있다. 성격이 맞지 않는 두 캐릭터의 대비를 위한 설정이겠으나,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다. 조민수와 같은 베테랑 배우조차 완급 조절에 어려움을 겪은 듯 보인다. 트랜스젠더와 외국인 배우 등 특별한 출연진은 경험 부족으로 서툰 연기를 보여준다. 저예산 독립영화를 기준으로 한다면 '볼만한 영화'가 될 테지만, 경쟁작이 전무한 가운데 한국영화를 대표해 스크린에 걸리는 것을 고려한다면 '아쉬운 점이 많은 영화'로 남을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