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강정호의 KBO 징계가 확정됐다. KBO는 25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강정호에 대해 1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제재를 부과했다. 현행 KBO 규약상 최대 3년 이상의 징계가 예상됐던 걸 고려하면 약한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음주운전 삼진아웃 대상자를 향한 KBO의 징계 칼날은 무뎠다. 에이전트 쪽도 결과에 만족했는지 상벌위원회 결과 발표 6분 만에 준비돼 있던 강정호의 사과문을 취재진에 메일로 일괄 전송했다. 공식적으로 복귀 절차를 밟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한숨 돌린 강정호지만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구단 징계다. 강정호는 2016년 12월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에서 뛰던 시절 귀국 후 음주 교통사고를 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근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84%의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로 체포됐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파문이 커졌다. 2009년 8월과 2011년 5월 구단(히어로즈)에 보고하지 않은 음주운전 적발이 두 차례 더 있었다는 게 확인됐다. 당시엔 메이저리그 소속이라 징계를 피했지만 KBO 리그 복귀를 원하는 만큼 이젠 해결할 과제다.
키움은 이 부분에 대한 징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음주운전도 문제인데 구단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건 심각한 수준의 기강 해이다. 한편에선 '회원사는 협회 결정을 따라야 하는데 구단이 추가 징계를 주는 게 어폐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른바 '이중 징계'다. 그러나 강정호의 음주운전 3회 적발은 특수 상황이다.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추세도 그렇다. 대부분 KBO 상벌위원회 결과가 나오면 구단이 자체 징계를 더 한다. 2019년 4월 음주 교통사고를 낸 뒤 구단에 보고하지 않았던 강승호는 KBO 상벌위원회에선 90경기 출장 정지 및 제재금 1000만원, 봉사활동 180시간 징계를 받았다. SK 구단은 이보다 더 큰 임의탈퇴 결정을 내려 강승호는 아직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혈중알코올농도 0.036% 상태로 운전하다 적발된 최충연에게 삼성 구단이 10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KBO 상벌위원회 징계(50경기 출장 정지, 제재금 300만원, 봉사활동 80시간)를 크게 뛰어넘었다. 최충연은 단순 적발에 구단에 바로 보고까지 해 참작 여지가 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삼성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정규시즌이 144경기라는 걸 고려하면 1년 이상의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보다 앞서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일으킨 베테랑 박한이는 아예 자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음주운전 적발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은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시 KBO 징계는 90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500만원, 봉사활동 180시간이었다.
김치현 키움 단장은 '강정호 징계'에 대해 "선수 측에서 공식적으로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았는데 그 시점이 돼야 논의가 가능하다.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구단 변호사 등을 통해 법적인 부분을 확인해야 한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논의를 당연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음주운전 자체만으로 심각한 범죄인데 이를 두 번이나 구단에 은폐했다. 세 번째 음주운전 적발이 아니었다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사건이다. 철저하게 구단을 속였던 강정호. 늦었지만 구단의 철퇴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