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 인천유나이티드와 수원FC의 연습경기가 23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렸다.경기 시작전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하고 있다. IS포토 그라운드에 봄이 찾아왔지만 개막을 앞둔 K리그 구단들은 끝나지 않은 고민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쉽게 경험하기 힘든 무관중 개막전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징계로만 실시됐던 무관중 경기가 전국 각지 축구장에서 펼쳐지게 된 지금의 상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2020년 축구장 '뉴 노멀(새로운 표준)'을 잘 보여준다.
8일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일정에 돌입하는 K리그1(1부리그) 12개 구단과 9일 개막하는 K리그2(2부리그) 10개 구단은 지난달 29일 발표된 일정에 맞춰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다. 코로나19 때문에 개막이 미뤄진 탓에 일정도 대거 바뀌면서 홈 경기 일정을 조정하고, 경기 운영을 위한 인력이나 각종 행사 등을 다시 꾸리느라 연휴를 앞두고 휴식도 반납한 구단이 많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철저한 방역 시스템을 구축하고, 한국프로축구연맹 매뉴얼에 따른 홈 경기 운영 및 원정팀 주의사항 등을 숙지하는 것도 일이지만 가장 우려되는 건 팬 없이 경기를 치르게 될 축구장의 분위기다. 연맹은 일단 무관중으로 개막한 뒤 코로나19 추이를 보며 단계적으로 유관중 경기로 전환하는 방안을 내놨다. 유관중 경기가 허용되더라도 초반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좌석을 떨어뜨려 앉거나 인원을 제한하는 등, 종전과 다른 관중 입장이 이뤄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다만, '무관중'이라는 조건이 낳게 될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해 우려하는 건, 구단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프로축구 한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전은 어느 구단에나 보장된 흥행카드였다. 무관중으로 치르게 되면서 일찌감치 이 부분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기다렸던 경기를 TV로만 지켜봐야 할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줄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각 구단들이 '마음이라도' 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각종 이벤트를 생각해내느라 분주한 이유다.
구단들은 팬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받아 관중석 일부 구역을 장식하는 계획을 세웠다. 사진=전북·강원 SNS 일단 전북 현대와 강원 FC 등 몇몇 구단들은 홈 개막전을 앞두고 팬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받아 관중석 일부 구역을 장식하는 계획을 세웠다. 경기 때마다 관중석에 넘실대던 플랜카드나 피켓 등을 그대로 옮겨놓아 '팬심'을 전하고, 텅 빈 관중석도 가려보겠다는 의도다. 전북 관계자는 "경기장에서 함께 할 수 없는 팬들의 응원하는 마음을 선수들에게 전하기 위해 캠페인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9일 홈 개막전을 갖는 인천 유나이티드는 팬들에게 영상 편지를 받아 전광판으로 송출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를 치러야 하는 프로야구 역시 팬과 함께 개막전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창원 NC 다이노스는 게임 회사인 모기업의 특색을 살려 '직관'을 대신할 '소환 응원단' 이벤트를 실시한다. 좌석을 구매해 자신이 선택한 사진을 붙여 '부캐(부가 캐릭터)'로 지정하고 입간판을 관중석에 세워두는 이벤트다. 롯데 자이언츠는 '유니폼 퍼포먼스'를 통해 외야 좌석에 유니폼을 전시하기로 했고, 다른 구단들도 '언택트(비접촉·비대면)' 마케팅으로 무관중이라는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텅 빈 경기장에서 공을 차야하는 선수들의 집중력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달 29일 무관중으로 청주 FC와 연습 경기를 치른 대전 하나시티즌의 홈구장인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응원 소리가 울려퍼진 건 이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였다. 팬들의 함성과 응원 구호 등을 미리 녹음해 앰프로 틀어 현장 분위기를 끌어올리고자 한 시도였는데, 황선홍 대전 감독은 "경기 중 지시할 때도 소리가 계속 나와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다"는 대전 관계자의 말처럼, 무관중에 대처하기 위해선 앞으로 더 다양한 시도가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