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지주 중 1·2위를 다투던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의 희비가 엇갈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금융 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신한금융은 1분기 어김없이 ‘리딩금융’ 자리를 지켜냈으나 KB금융은 증권 부분에서 고배를 마시며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올해 1분기 9325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9184억원) 대비 1.5% 증가한 실적이다.
주력 사업인 신한은행이 6265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신한카드 1265억원, 신한금융투자 467억원, 신한생명보험 397억원,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 595억원으로 나타났다.
당초 시장에서는 신한금융이 1분기 86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즉, 시장의 예상치 이상의 실적을 받아든 셈이다.
신한금융 측은 일회성 요인 및 오렌지라이프 지분인수 효과를 고려할 경우 경상 당기순이익은 8000억원 중반대를 기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번 1분기 실적은 코로나19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일회성 요인 등을 고려하더라도 신한금융이 1분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리딩금융’ 자리를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이는 KB금융의 1분기 순이익(7295억원)보다 크게 앞선 실적이다.
두 금융지주의 희비는 증권 부문에서는 극명하게 갈렸다.
KB증권의 경우 1분기 21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809억원) 대비 -126.45% 감소, 적자 전환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도 실적 하락을 면하지는 못했지만, 크게는 -77%까지 역성장이 예상되는 증권 업황보다 비교적 잘 견디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한금융투자는 1분기 467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면서 전년동기(708억 원) 대비 -34.1% 하락했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은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실적 감소로 이어진 결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KB금융의 1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7% 감소해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를 대폭 하회하고 컨센서스보다 크게 낮았던 추정치도 하회했다”며 “게다가 이는 판관비 증가분(사내복지기금 적립)이 포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실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적 부진의 배경은 증권시장 급락에 따른 자본시장의 부진한 지표들로 인해 기타영업손실이 3550억원이나 발생하고, 특히 KB증권은 214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블랙스완 현상이 향후에도 언제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KB금융은 어떠한 위기도 극복할 수 있는 탄탄한 내성과 체질을 다져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1분기 실적에 코로나19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만큼 다음 분기부터 경제 위기 영향이 본격화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2분기부터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속가능 성장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위기를 대비해 내부적으로 기초체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