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브레이크'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이미 대부분의 스포츠가 중단되거나 연기됐지만, 더 많은 종목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극심한 타격을 입고 있다.
축구와 함께 영국인들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끝내 취소됐다. 윔블던을 개최하는 올잉글랜드 테니스클럽(AELTC)은 1일(현지시간) 긴급 이사회를 개최, 올해 윔블던 대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대회 주최 측인 올잉글랜드 테니스클럽 이사회와 챔피언십 운영위원회 등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보건 우려에 따라 2020년 대회를 취소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및 북미 지역으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포함한 유럽 5대 프로축구 리그가 모두 중단되고, 2020 도쿄 올림픽이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으나 윔블던은 취소 결정을 미뤄왔다. 4대 그랜드슬램 대회 중 하나이자, 1877년 시작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국제 테니스 대회인 윔블던의 권위를 지키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세계적인 위기 상황이 이어지면서 끝내 윔블던도 무릎을 꿇고 말았다.
143년 역사 속에서 윔블던이 정상적으로 치러지지 않은 건 1915년부터 1918년, 1940년부터 1945년까지 두 차례 뿐이었다. 모두 세계 제1, 2차대전 영향으로 취소된 것이라 전염병에 의한 대회 취소는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클레이 코트에서 진행되는 프랑스 오픈(롤랑가로스)의 경우 5월에서 9월로 개최 시기를 옮겼지만, 4대 그랜드 슬램 대회 중 유일하게 잔디코트에서 치러지는 윔블던은 여름이 아니면 개최가 어려워 2020년 대회 자체가 취소됐다. 이에 따라 134회 대회는 2020년이 아닌 2021년 6월 28일부터 7월 11일에 열릴 예정이다.
윔블던 취소 소식과 함께,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역시 공동 성명을 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7월 13일까지 모든 일정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남녀 프로테니스 투어는 이미 6월 초까지 모든 일정을 취소한 바 있으나, 코로나19가 잦아들지 않자 취소 기간을 연장했다.
영국의 자존심을 대변하는 윔블던 취소 소식은 시즌 막바지에 들어 코로나19로 중단된 EPL 재개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리그 내 확진자가 나오면서 유럽 5대 프로축구리그 중 가장 늦게 중단을 선언한 EPL은 이번달 30일까지 모든 일정을 중단한 상황이다. EPL 20개 구단들은 현재 팀 훈련도 취소한 채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지만 시즌 재개 여부는 불투명하다.
EPL 사무국은 2일 "시즌 재개나 선수 급여 등 관심이 큰 몇 가지 사안에 초점을 맞춘 논의를 48시간 이내에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예정대로 재개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장 유럽축구연맹(UEFA)만 해도 2일 집행위원회를 통해 6월 예정이었던 A매치 친선 경기와 유로2020 플레이오프, 여자 유로2021 예선 등 모든 주관 대회를 무기한 연기하는 등, 좀처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코로나19가 미치는 여파는 앞으로 더 심해지거나, 혹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일 기준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무려 82만 7419명에 달하고 사망자도 4만 명을 넘어섰다. '잠시 멈춤'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려던 스포츠계도 비상 상황을 맞아 현실적인 대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전세계적 '코로나 브레이크' 역시 더 길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