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을 잠정 연기했던 영화 '사냥의 시간(윤성현 감독)'이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 독점 공개를 선택하면서 투자배급사와 해외세일즈사간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당초 지난달 26일 개봉 예정이었던 '사냥의 시간'은 오는 4월 1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사냥의 시간'의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처스는 "세계 보건 기구 WHO의 팬데믹 선언이 있었고, 현 상황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 고민을 거듭한 끝에 넷플릭스에 제안을 해 전세계 190여 개국에 29개 언어의 자막으로 동시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알렸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해외 30여개국에 판매돼 계약이 완료됐고, 계획에 없었던 넷플릭스 독점 공개 계약으로 잡음이 생겨난 상황. 이에 넷플릭스와 손 잡은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처스와 해외세일즈를 맡은 국내 업체 콘텐츠판다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판다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통보받아"
23일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에서 독점으로 공개된다는 보도자료가 배포되자 콘텐츠판다는 강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콘텐츠판다 관계자는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보도자료가 배포된 후에야 넷플릭스와 계약 성사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각 해외 배급사에서도 마케팅을 준비하는 단계였다. 넷플릭스 단독 공개에 대해 단 한 곳의 해외 배급사도 동의하지 않았다. 현재 해외 배급사들로부터 컴플레인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콘텐츠판다 측은 "그야말로 전례 없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비용을 배상하겠다는데, 이 비용을 단순히 계약금 등으로 산출할 수 없다. 게다가 해외 배급사들은 콘텐츠판다의 이름을 보고 판권을 구입했다. 단순히 계약 해지의 문제가 아니라 그보다 더 중요한 신뢰의 문제다. 우리가 잃어버린 신뢰는 어찌할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리틀빅픽처스 "어쩔 수 없는 상황…읍소하며 논의했다"
리틀빅픽처스도 할 말은 있다.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과정이 있었다는 것. 리틀빅픽처스 권지원 대표는 "현재 개봉을 강행한다해도 추가적인 마케팅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금전적 손실이 크다. 중소배급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가 생긴다. 여러 방안을 생각하가다 넷플릭스와 협상을 시작했고, 가장 먼저 해외 세일즈를 맡은 콘텐츠판다와 상의했다"면서 "'모두 배상할 테니 계약 취소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 해외 세일즈가 미비했는데, 그 금액 때문에 회사가 문을 닫을 순 없지 않나. 리틀빅픽처스는 존폐 위기에 처했다. 계속 읍소했으나 어떤 모를 이유로 받아주지 않았다.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팬데믹 상황이다. 서로 협조해서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데, 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꼬여버린 현 상황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내보였다. '사냥의 시간' 포스터
▶국제소송으로 번지나
콘텐츠판다와 리틀빅픽처스 모두 법정 공방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콘텐츠판다 관계자는 "리틀빅픽처스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리틀빅픽처 측 또한 "법정에서 다퉈야 한다면 그렇게 할 예정이다. 자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공방이 국제소송으로 번질 수도 있다. 콘텐츠판다 측의 주장에 따르면, '사냥의 시간' 판권을 구입한 해외 배급사가 모두 넷플릭스 독점 공개에 동의하지 않았다. 해외 배급사들이 각기 소송에 나선다면, 국내를 넘어 국제소송이 줄줄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