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가 이번에도 팝의 전설 비틀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 컴백에서 '브리티시 인베이전'에 영감을 받은 무대를 꾸민 이들은 이번엔 컴백 일주일만에 비틀스의 성과를 바짝 쫓았다. "기록이나 성과보다는 성취가 중요해졌다"는 방탄소년단이지만 전 세계 신기록 행진은 현재 진행형이다.
비틀스 이후 최단기간 4번째 1위
방탄소년단의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7'(Map of the Soul: 7)은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위에 올랐다. 해당 차트에서 네 번째 1위 기록이자, 비영어권으로는 이례적인 성과다. 이제까지 정상에 오른 비영어권 앨범은 총 10장으로 이 가운데 4장이 방탄소년단의 작품이다.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은 실물 음반 판매량 34만7000장과 디지털 유닛 음반을 합산해 총 42만 2000장에 달하는 판매량으로 1위에 올랐다. 올 들어 발매된 앨범 가운데 최다 판매량이자, 지난해 발매한 해리 스타일스의 '파인 라인'(47만8000장) 이후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밴드 역사상 비틀스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네 번째 1위에 올라 눈길을 끈다. 비틀스는 1966년 7월 '예스터데이 앤 투데이'부터 1968년 1월 '매지컬 미스터리 투어'까지 약 1년 5개월 간 네 장의 음반을 1위에 올렸다. 방탄소년단은 2018년 6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처음 1위에 오른 뒤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에 이어 이번 앨범까지 1년 9개월에 걸쳐 4장의 1위 앨범을 만들었다.
팝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영국에서도 방탄소년단의 낭보는 계속 들려오고 있다. 영국 오피셜 차트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앨범 톱 100에서 두 번째 1위에 등극했다. '페르소나'로 한국 가수 최초 1위를 차지한 후 연속 앨범으로 정상에 올랐다. 이밖에도 '앨범 업데이트 톱 100' '앨범 다운로드 차트 톱 100' '앨범 세일즈 차트 톱 100' '피지컬 앨범 차트 톱 100' '스코티시 앨범 차트 톱 100' '아이리시 앨범 차트 톱 50'까지 총 7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미국의 포브스는 "유럽에서 오래된 국가 중 하나인 아일랜드에서 방탄소년단이 한국 가수 최초로 새로운 기록을 만들었다"면서 보수적인 유럽지역에 까지 미친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을 조명했다. 방탄소년단은 영국, 아일랜드외에도 독일, 프랑스, 일본,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서도 정상을 차지하며 세계 주요 음악 시장을 휩쓸었다.
방탄소년단의 전 세계 앨범 차트 석권은 예견된 일이었다. 발매와 동시에 91개 지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1위에 오르며 자체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다. 한터차트에 따르면 발매 일주일간의 음반 판매량은 트리플 밀리언셀러(300만장)을 돌파했다. 이 또한 방탄소년단의 자체 최다 판매량이다.
무대로 증명한 슈퍼스타
지난 1일 방송된 SBS '인기가요'는 방탄소년단의 'ON' 컴백 무대를 위해 프로그램 사상 최대 규모인 가로 100m의 LED 패널을 비롯한 최첨단 무대장비를 설치했다. 방탄소년단은 콘서트를 방불케하는 화려한 무대 아래 수십명에 달하는 댄서들과 합을 이룬 퍼포먼스로 시선을 붙잡았다. SBS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 디렉터스 컷도 올려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에 오르는 등 전 세계 방탄소년단 팬들을 빠져들게 했다.
시청률도 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 1.7%로 집계됐다. 전주 0.8%에서 두 배 이상 오른 수치다. 방탄소년단의 국내 음악방송 첫 무대였던 Mnet '엠카운트다운'도 1.1%(닐슨코리아 유로가입자 기준)로 최고 시청률을 냈다. 최근 6개월 간 처음으로 1%대로 올라선 시청률이다. KBS2 '뮤직뱅크'도 2배의 시청률을 상승을 이뤄낸 반면, 방탄소년단을 놓친 MBC '쇼! 음악중심'은 비슷한 수준으로 시청률 재미를 보지 못했다. 미국 방송국들도 방탄소년단 출연으로 뜨거운 반응을 낳았다. 선공개곡 '블랙 스완'은 CBS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에서, 타이틀곡 'ON'은 NBC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서 무대를 최초 공개했다.
베일 벗은 퍼포먼스는 전 세계 유명 댄서들까지 매료시켰다. 방탄소년단에 관심이 없었던 안무가들도 유튜브 영상을 통해 "이번 안무는 디테일이 살아있다"고 감탄했다. 20세의 천재 안무가 시에나 라라우가 만든 퍼포먼스로 '디오니소스'로도 방탄소년단과 협업한 바 있다. 시에나 라라우는 "정말 열심히 하고 재능있는 아티스트인 방탄소년단"이라면서 "함께 대단한 노래의 안무를 추게 된 것은 정말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유튜브에서도 기록소년단
'ON'의 글로벌 인기는 유튜브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발매 당일 공개한 'ON'의 첫 번째 뮤직비디오인 키네틱 매니페스터 필름은 일주일만에 1억뷰를 달성했다. 22번째 1억뷰 달성으로, 방탄소년단은 또 하나의 신기록을 수립했다. 두 번째로 공개된 시네마틱 버전 뮤직비디오는 한국 가수 사상 최단 시간 유튜브 조회수 1000만뷰를 돌파했다. 1시간 5분에 1000만뷰를 찍었고, 5시간 10분 만에 2000만뷰를 넘기며 무서운 상승곡선을 그렸다. 두 가지 버전의 뮤직비디오는 파워풀 군무 매력과 엄청난 스케일의 영상미 등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어 팬들의 스트리밍을 부르고 있다.
특히 시네마틱 버전 영상엔 멤버들의 열연도 담겨 있어 재미있는 볼거리를 선사한다. 주어진 길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것이 있더라도 계속해서 전진하겠다는 방탄소년단의 다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광활한 들판과 영롱하게 빛나는 호수 등의 이국적 배경과 함께 기린, 알파카 등 동물들이 대거 출연한다. 팬들은 영화 '메니즈 러너'와 비교하며 영상 속 메시지를 해석하기도 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메이즈 러너'는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린 SF 액션 어드벤처물이다. 주인공 토마스(딜런 오브라이언)는 영문 모를 미로에 갇히게 되고, 미로 속의 단서를 통해 지난 달을 되짚어 가며 자신과 같은 처지의 소년들과 함께 탈출한다.
원작 소설가 제임스 데쉬너는 "아주 멋진 일이다. 정국은 토마스처럼 정말 놀랍고 멋있다. 우리 어머니가 이 뮤직비디오를 100번 정도 보면서 '메이즈 러너'를 인용한 모든 장면을 찾아냈다"며 기뻐했다. 배우 딜런 오브라이언은 'ON' 영상에 좋아요를 표시했다. 그는 방탄소년단 콘서트 관객석에서 포착되는 등 아미로도 알려져 있다. 외신들도 뮤직비디오 해석에 동참했다. 노아의 방주를 떠올리게 하는 오프닝, '메이크 잇 라이트' 자켓을 연상케 하는 모습 등 디테일에 집중했다. 2017년 그래미 어워즈 최우수 뮤직비디오상 수상자인 나단 쉐럴이 총괄 프로듀서로 나선 만큼 압도적 영상미와 알찬 세계관 등 독보적 스케일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