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영화계 풍경도 달라졌다. 극장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고, 제작진은 촬영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희망하는 직원들의 무급 휴가와 주 4일 근무제를 검토하고 있다. 관객의 발길이 뚝 끊기자 이 같은 대책을 세웠다.
극장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보릿고개를 경험하고 있다. 지난 25일 하루 동안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고작 7만 6277명에 불과하다. 지난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박스오피스 상위권 영화들도 2만명대의관객 수를 나타내고 있다. 텅텅 빈 객석 탓에 좌석판매율은 대체로 2%대까지 하락했다. 또한, '확진자가 모처의 극장을 다녀갔다'는 소식이 여러 차례 전해지자 관객의 공포심은 더욱 높아졌다. 방역을 진행하고 소독 용품을 곳곳에 배치하는 등 조처를 했으나 불안감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희망 직원에 한해 한 달에서 일 년까지 무급 휴가 신청을 받고, 주 4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영할 영화가 없다는 점도 어려움을 더한다. '사냥의 시간'·'결백'·'콜' 등 2월 말부터 3월까지 개봉을 준비 중이던 신작들이 대거 개봉을 잠정 연기했다. 관객을 다시 영화관으로 모이게 할 만한 영화가 없는 상황. 극장들은 신작 대신 상영할 특별전을 기획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썰렁한 극장만큼 영화사들의 풍경도 썰렁하다. 많은 기업이 그렇듯, 최대한 외부인과의 만남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오디션도 열지 않는다. 한 배우 소속사 관계자는 "신인 오디션이 연이어 취소됐다. 업계 관계자들과도 필요한 소통은 전화통화로만 하고 직접 만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촬영 현장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올해 많은 영화가 해외 촬영을 계획하고 있는데,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입국 후 격리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요르단 촬영을 앞둔 '교섭' 팀은 코로나19 대응 조치로 요르단 입국이 불가능해지자 급하게 내부 논의에 들어갔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리틀 포레스트'의 임순례 감독과 황정민·현빈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 영화는 중동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 사건을 소재로 한다.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 필수인 작품이다. 적지 않은 제작비가 들어가는 대작이기에 제작진은 신중하게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교섭' 관계자는 "국내 촬영분 먼저 소화해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 추이를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정우·주지훈의 출연작 '피랍(김성훈 감독)'도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벌어진 외교관 납치사건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모로코 촬영을 계획하고 있었다. '피랍' 측은 "크랭크인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어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라고 전했다.
해외가 아닌 국내 촬영 현장도 코로나19 확산으로부터 안전할 수는 없다. 다행히 촬영 현장에서는 많은 이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마스크를 쓰고 일해 왔고, 방역에도 더욱 신경을 쓰며 긴장감 속에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국가적 재난 상황은 영화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쉽지는 않겠지만 할 일은 해야 하지 않겠나. 불가피하게 일정은 조율되겠으나, 많은 이들이 묵묵히 현장으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