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진행된 2020 K리그 제2차 이사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설마했던 악재에 발목이 잡혔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프로축구 K리그가 2020시즌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때까지 올 시즌 K리그 개막을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연맹 측은 "최근 심각 단계에 접어든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응하여 국민과 선수단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3일 정부가 코로나19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한 점, 각 지자체들이 다수가 밀집하는 모임이나 행사를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는 점, 각급 학교의 개학이 연기되고 군부대의 외출과 외박이 통제되는 등 전사회적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정상적으로 K리그 개막 일정을 소화하려던 연맹의 의지는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된 코로나19의 기세에 꺾이고 말았다. 신천지대구교회를 시작으로 환자 폭증 상태가 발생, 전국적으로 지역 감염이 일어나며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그 개막을 강행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 명이 모이는 축구장의 특성상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리그 전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고민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대구·경북 지역을 연고로 하는 대구FC와 포항 스틸러스의 홈 개막전 일정을 연기하고 26일로 예정된 리그 개막 미디어데이도 취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 단계에 접어들며 리그의 정상적인 운영은 힘들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여자프로농구(WKBL)처럼 무관중 경기를 치르거나, 아니면 개막을 연기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들이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어느 쪽을 선택해도 손해는 감수해야 한다.
결과는 이제껏 전례 없었던 리그 개막 연기 쪽으로 굳어졌다. 똑같이 손해가 있더라도 위험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과 프로스포츠로서 상업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선택이다. 개막이 늦어지는 만큼 예비일을 최대한 활용해 가급적 시즌을 큰 문제 없이 치르는 결말이 가장 이상적이다. 물론 리그 일정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올리던 각 팀 선수단이나 개막전을 준비하던 구단 프런트 등은 초유의 개막 연기 사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가 올 시즌의 가장 큰 변수가 된 셈이다.
연맹은 우선 코로나19 여파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 때까지 추이를 지켜본 후 변경된 리그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K리그 선수들이 출전하는 R리그와 K리그 산하 유스클럽이 출전하는 K리그 주니어의 개막 역시 잠정적으로 연기되었으며, 변경된 일정 역시 추후 발표하기로 했다. 또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하는 전북 현대, FC서울, 수원 삼성, 울산 현대의 홈 경기도 당분간 무관중 경기로 치를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