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슈가맨] 정희경 "'Y' 첫 완전체 무대..17년 된 와인 오픈한 기분" (인터뷰)
등록2020.01.20 09:24
JTBC '슈가맨 3' 캡처 가수 정희경과 프리스타일이 마침내 'Y' 무대를 함께했다. 이들은 지난 17일 방송된 JTBC '슈가맨 3'에서 과거 싸이월드에서 BGM으로 사랑받았던 'Y' 무대를 선보였다. 녹음실에서 'Y' 녹음을 마친 후 무대를 함께한 건 이번이 처음. 'Y'가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슈가맨 3'에서 소환한 원곡 가수들과 이들이 꾸민 무대에 음악 팬들과 시청자들이 뜨겁게 반응했다. 음악과 함께 '슈가맨 3'가 소환한 정희경과 인터뷰를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방송 이후 반응 (댓글) 은 무엇인가.
"방송 보면서 많이 우셨다고, 나와줘서 고맙다는 글이다. 그 말을 듣고 '이 노래는 정말 많은 분들의 삶에 아주 깊게 관여하고 있구나'를 느꼈다. 내가 부른 노래가 누군가에게 그런 의미라는 것이 아직은 받아들이기 조금 어색하지만누군가의 삶 한 켠에 배경음악으로 담길 수 있어서 감사했고 행복했다. 세상에 내놓은 음악은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방송 나간 후 주변의 반응은.
"제자들로부터 연락을 많이 받았다. 대학에서 8년간 디자인 전공 수업을 했는데 그 친구들이 지금 거의 20대~30대초반이다. 요즘 회사 다니면서 힘든데 위로 많이 받았다면서 기억해줘서 고맙다고 했다.이제 막 세상으로 나아가며 부침을 겪고있는 제자들의 문자와 카톡에 교실에서 밝게 생글거리던 얼굴이 겹쳐져 마음이 좀 짠했다."
방송을 보면서 어떤 기분이 들었나.
"프리스타일 덕분에 그 때의 목소리와 시간이 노래로 남았고, '슈가맨3' 제작진 덕분에 새로운 추억이 생겼다."
방송에서 못다 전한 말은.
"방송에서 못 다 한 내 이야기를 하자면, 과거 드럼앤 베이스, 트립합 장르에 심취해있을 당시 한국에서 낼 수 없던 일렉트로닉 장르의 음반을 내주겠다는 일본으로 갔으나 도착해서 들어본 음악은 거리가 멀었다. 참 좋은 제작진이었지만 상심이 너무 커 녹음실에서 노래를 제대로 부르지도 못했다. 그 때 하고 싶은 음악을 지금은 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했고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뒤 한국에 돌아와 취직을 했다. 취직한지 한 달도 안되었을때 지오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3집을 준비중인데 예산이 얼마없고 사정이 어려운데 도와줄 수 있겠냐고 했다. 음반을 낸다는 것이 어떤 과정인 줄 알고 MC K음반에서 지오와 작업 해본 적 있었기에 지오의 어려운 사정을 쉬이 넘길 수가 없었다. 곡을 듣지 않고 스튜디오에 갔다. 녹음이 시작되었을 때 예쁘지만 저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 같아 가사 투정을 잠시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녹음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코러스나 애드리브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녹음이 빨리 끝났다. (방송에서 말한) 도망다녔다는 뜻은, 정확히 말하면 내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으로부터 도망이었다. '하고 싶은 음악을 왜 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으로 부터의 도망이었고, 'Y'가 알려질수록 그 질문을 내 스스로에게 계속 던졌다. 녹음은 2003년에 했고, 앨범은 2004년에 발매됐다. 'Y'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05년 경이었습니다. 후속곡으로 연락을 주셨을 땐 이미 직장인으로 몇년 째 일하고 있던 이유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 질문을 피하고 싶었다. 16~17년만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렇게 힘들었던 내 음악의 첫 발을 내딛고 나니 내가 쌓아올린 장르간의 장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첫 앨범을 내고 1년 후, '슈가맨' 제작진에게 전화를 받았다."
처음 완전체 무대를 해보니 어땠나.
"창고에 넣어둔 채 까맣게 잊고 있던 17년 된 와인을 오픈한 기분이다. 실로 오랜만에 만나 (미노 씨는 그날 처음 봤다) 반가운 마음이 컸고, 인사를 나누자마자 바로 노래를 불렀는데 이상하게 편했다. 신선한 경험이었다."
정희경 씨와 프리스타일의 새로운 음악 기대해도 될까.
"미노 님은 지금 베트남에 계셔서 주로 지오와 음악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다. 어떤 접점이 생길지 나 역시 궁금하다."
앞으로 어떤 음악과 무대로 대중들과 소통하고 싶은가.
"음악 작업 할 때 장르를 계획을 세우고 만들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는 나오는 대로 작업하기 때문에 나도 뭐가 나올지 모른다.다음 개인 앨범으로 윤곽이 드러난 곡은 업비트의 프렌치 하우스 스타일 곡이다. 음악을 공감각적인 방식으로 전달하고 싶다. 숲, 바다, 공연장 어디든 누워서 듣는 콘서트를 늘 생각해 왔는데 꼭 한 번 해보고 싶다.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여러 뮤지션 분들과 함께 해보는 호사를 많이 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