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AFC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2연승을 거두며 8강 진출을 조기 확정 지은 한국 U-23 대표팀. 사진=대한축구협회 김학범호는 강팀이다. 경기력이 모자라기는 했지만 결과로 보여줬다. 강팀은 결과로 말하면 된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대표팀이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2연승을 거두며 8강 조기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은 지난 9일 중국과 C조 1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고, 12일 이란과 2차전에서 2-1로 승점 3점을 챙겼다. 오는 15일 우즈베키스탄과 3차전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김학범호는 8강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2020 도쿄올림픽 본선 티켓이 걸려있다. 3위까지 도쿄에 입성할 수 있다. 김학범호는 8강 진출을 조기 확정지으며 도쿄올림픽 본선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사실 대회가 열리기 전 '죽음의 조'에 편성돼 걱정도 있었다. 중국은 번외로 치더라도 강한 피지컬을 앞세운 아시아의 대표적 강호 이란과 '디펜딩 챔피언' 우즈베키스탄은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우즈베키스탄과 만나기도 전에 8강에 진출하면서 훨씬 여유로운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
2전 2승. 조기 8강 확정. 이런 좋은 흐름 속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또 부족했던 부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바로 경기력이다. 두 경기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력이 나온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1차전 중국전은 심했다. 한 수 아래 중국을 상대로 압도하지 못했고, 다득점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중국의 매서운 역습에 고전했다. 패스웍은 맞지 않았고, 공격의 날카로움은 사라졌다. 수비는 어설픈 중국의 공격에도 흔들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후반 추가시간 이동준(부산 아이파크) 극장골이 터지며 가까스로 중국에 승리할 수 있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중국도 이렇게 쉽게 이기지 못하면 올림픽 나가봐야 망신만 당한다" 등 날선 목소리를 던졌다.
2차전은 조금 나아졌지만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다. 2-0 리드를 잡은 것 까지 좋았다. 하지만 1실점을 허용하자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드러냈다. 차분하고 날카로웠던 모습이 순신간에 다급한 모습을 변했다. 1, 2차전 모두 부진했던 정우영(프라이부르크)에 대한 아쉬움도 피할 수 없었다.
김학범 U-23 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분명 아쉬운 점이 있었다. 개선해야 할 부분도 보였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김학범호의 행보에 '주'가 되서는 안 된다. 좋은 방향으로 좋은 분위기로 전진하고 있다는 것이 주가 되야 한다. 분명 김학범호는 잘하고 있다. 첫 경기의 부담감과 긴장감으로 조금 흔들렸고, 실점 후 대처방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을 뿐이다. 크게 걱정할 필요도, 이유도 없는 상황이다. 9회 연속 올림픽 본선이 걸린 대회.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한 대회다. 김학범호는 결과로 말했다. 그러면 된 것이다. 경기력이 좋지 않아도 이기는 팀이 강팀이다.
또 경기를 치를 수록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한 수 아래 중국보다 대등한 이란을 상대로 더욱 강력하고 매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경기력적인 면에서 더욱 기대를 가져볼 만한 이유다.
탄탄한 스쿼드 역시 강팀 김학범호의 장점이다. 이강인(발렌시아) 백승호(다름슈타트) 등 유명한 선수들은 빠졌지만 모든 포지션에서 베스트 11이 없는 치열한 주전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건강한 대표팀을 탄생시켰다. 이란전은 무려 7명의 베스트 11을 바꿨지만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누가 베스트로 나가도 활약할 수 있는 탄탄한 스쿼드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7명을 바꾸는 파격전술도 통할 수 있었다. 특히 최전방 공격수 경쟁이 뜨겁다. 중국전에 나선 오세훈(상주 상무)과 이란전에 출전한 조규성(FC 안양)은 저마다의 장점을 어필하며 최전방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정우영 역시 앞으로 기대해볼만 하다. 2경기 부진했지만 '학범슨'이 확신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정우영이 폭발하기 시작한다면 김학범호는 더욱 강해질 것이 자명하다.
김 감독은 "우리는 선수층이 두껍다. 선수들을 그렇게 조련해왔다. 누가 나가도 제 역할을 한다. 믿음이 있어서 가능한 전술이었다. 초반에는 중국전 때처럼 상대의 전술에 말려들어 조금 어려웠다. 그래도 어느 선수가 나가도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