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이 시린 날씨에 야외 활동이 두려워지는 요즘, 평소에는 그저 지나치던 실내의 공간들을 찾게 된다. 만만한 대형 쇼핑몰도 좋지만, 오랜만에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박물관, 미술관은 어떨까. 한국관광공사도 추천한 올겨울 가볼 만 한 갤러리를 소개한다.
미술 작품을 즐기다, 부산현대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은 지난 2018년 6월에 개관한 부산광역시 공공 미술관이다. 지상 3층을 제외한 각 층에 전시 공간이 있고, 1층에는 구조가 독특한 카페, 지하 1층에는 어린이예술도서관이 자리 잡았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외관부터 특별하다. 건물 외부와 내부를 식물이 수직으로 자라게 하는 정원으로 꾸몄기 때문이다.
이 자체가 ‘수직 정원의 거장’ 패트릭 블랑의 작품으로, 조성 당시 식물 175종을 심었다. 겨울의 찬바람에 푸르름이 예전만 못하지만,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멋스럽다.
내부로 들어서면 널찍한 로비에 형형색색 패턴이 눈에 띈다. 독일 작가 토비아스 레베르거의 작품을 활용해 입체적으로 꾸민 곳이다.
전시실은 모두 5곳이다. 1층 전시실은 특별전과 해외 작가 초대전이 주로 열리고, 나머지 전시실은 상설전과 기획전, 소장 작품전 등으로 꾸며진다.
현재는 오는 27일까지 1층에서 열리는 ‘랜덤 인터내셔널 : 아웃 오브 컨트롤’ 전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랜덤 인터내셔널은 런던과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그룹이다.
이번 전시에서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레인 룸’이 특히 인기다. 이는 관객 참여형 설치 작품인데, 사진 촬영의 명소로 알려지면서 여행자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레인 룸’은 길고 어두운 터널로 시작한다. 멀리서 빗소리가 귀를 자극하고, 곧 나타나는 100㎡ 직사각형 공간에 굵은 빗줄기가 하염없이 내린다. ‘레인 룸’에 설치된 센서 8개가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 반지름 1.8m 내에 비가 내리지 않게 한다. 즉, 엄청난 폭우는 내리지만, 100㎡ 공간 어디서도 비를 맞지 않는 체험을 하는 것이다.
‘레인 룸’에 들어서면 아주 천천히 걸어야 한다. 대략 한걸음에 1초 이상 걸려야 센서의 반응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세차게 내리는 빗속에서 외롭게 빛나는 전등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다. 사람의 실루엣과 하염없이 내리는 빗줄기가 사진을 만든다.
지하 1층에서는 ‘가장 멀리서 오는 우리 : 도래하는 공동체’ ‘시간 밖의 기록자들’ 전이 오는 2월 2일까지 열리며, 어린이예술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이 편하게 책을 마주할 수도 있다.
예술과 전원 풍경 깃든 ‘힐링’ 공간,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전북 남원시 춘향테마파크 뒤쪽 함파우길에 자리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남원 출신 김병종 작가의 대표작을 기증받아 열린 곳이다.
미술관은 외관부터 볼만하다. 네모난 돌출형 건물은 바닥에 물이 잔잔하게 담겨 있는 모양이 퍽 도드라진다.
미술관은 화가이자 작가 김병종의 작품 400여 점을 소장하고, 그중 수십 점을 상설 전시한다. 남원에서 태어난 김 작가는 ‘바보 예수’ ‘생명의 노래’ ‘화첩 기행’ 등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펼쳤으며, 남원에서 보낸 유년 시절을 작품에 투영했다.
미술관은 3개 갤러리로 나뉜다. 남원 지역 미술 작가 36인의 작품을 전시하는 ‘남원 미술, 요즘’이 오는 27일까지 열리는데, 남원 일대 미술의 세대별 현주소를 엿보는 기회다.
갤러리2는 창밖으로 지리산 능선을 한 폭의 그림처럼 감상할 수 있는 곳이고, 갤러리3은 빛과 어둠을 대조적인 콘셉트로 꾸며진 공간이다.
미술관 입구에 자리한 북카페 ‘화첩기행’에서는 미술과 문학, 인문학 관련 도서도 보고, 너무 맛있어 미안한 '미안커피'와 직접 만든 케이크가 메인 메뉴도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 곁으로 돌아온 용산공원갤러리 서울 용산의 외국군 주둔은 지금까지 진행형이고, 그 중심이 ‘주한 미군 용산기지’다. 용산공원갤러리는 용산기지 반환에 앞서 일반에 공개된 곳으로, 약 110년 동안 굳게 닫혀 있던 금단의 땅으로 내딛는 첫걸음이 됐다.
용산공원갤러리는 용산기지와 한강대로를 사이에 둔 캠프킴 부지에 있다. 미군위문협회(USO)가 사용하던 건물을 전시와 체험 공간으로 꾸민 곳이다.
일본군이 조선육군창고로 쓰던 단층 건물에 1978년 미군이 증축한 2층 건물을 연결해 ‘ㄱ 자형’이다.
건물에는 각각 ‘1224’와 ‘S1225’라는 문패가 달렸다. 미군이 건설한 기지 내 건물은 알파벳과 숫자 조합이 명칭을 대신하는데, 모든 건물은 T(temporary, 임시)와 S(semi-permanent, 반영구)로 구분한다. 영구(permanent)를 의미하는 P를 사용하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다.
용산공원갤러리는 서울역사박물관과 국가기록원, 용산문화원에서 제공받은 지도와 사진, 영상으로 꾸몄다. 그 가운데 용산기지의 변화를 보여주는 다양한 지도가 눈길을 끈다.
일본군이 태평양전쟁에 패해 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용산은 일제의 병참기지 역할을 했다. 당시 기지 모습은 1948년 미군이 촬영한 항공사진과 지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미군위문협회의 활동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전시물도 재밌다. 메릴린 먼로와 데비 레이놀즈 같은 할리우드 여배우가 미국위문협회 초청으로 내한했으며, 패티김과 김시스터즈, 조용필 등 내로라하는 국내 가수가 미국위문협회 오디션을 거쳐 미8군 무대에서 데뷔했다.
미군이 연회장으로 사용하던 S1225는 지난해 7월 일반에 공개됐다. 1층에는 1225카페가 있고, 2층은 용산기지를 거쳐 간 다양한 인물의 실물 크기 사진을 전시한 기획전시실과 함께 청룡 만들기 등 다양한 무료 체험도 할 수 있는 곳으로 꾸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