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 한국에서 1년에 단 열 명만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다. 과중한 업무와 막중한 책임감이 뒤따른다. 정신적인 압박감이 그 중 최고다. '감독 월급의 절반은 스트레스 값'이라는 속설까지 있다. 물론 그만큼 보람과 환희도 크다.
올해도 열 명의 감독이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수장으로 팀을 지휘한다. 감독 경력과 나이, 야구를 하면서 걸어온 길은 각양각색이자 천차만별이다. 화려한 스타플레이어 출신도 있고 은퇴 이후 감독으로 뒤늦게 꽃을 피운 대기만성형도 있다. 처음으로 프로야구 지휘봉을 잡게 된 '초보 감독'도 빠지지 않는다. 이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은 단 하나. 모두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는 점이다.
연임한 감독은 여섯 명이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성과를 이룬 사령탑은 단연 김태형 두산 감독.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뒤 한국시리즈를 4승 무패로 끝내 두 번째 계약 마지막 시즌에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시즌 뒤 KBO 리그 사령탑 사상 최고액인 3년 28억원(계약금 7억원·연봉 7억원)에 재계약했다.
염경엽 SK 감독은 그런 김태형 감독을 보며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SK는 정규시즌 2위라는 성적을 거뒀지만, 시즌 내내 1위를 달리다 막판에 추월을 허용해 오히려 더 큰 허탈함을 맛봤다. 단장 출신인 염 감독은 김 감독 이전에 3년 25억원으로 역대 사령탑 최대 규모 계약을 했다. 하지만 이제 그 기록도 김 감독에게 내줬다. 두 감독의 연봉은 7억원으로 같지만, 김 감독의 계약금이 3억원 더 많다.
류중일 LG 감독은 현역 사령탑 가운데 두 명밖에 없는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이다. 그것도 최다 우승(4회)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LG 부임 2년째에 다시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 놓는 지도력도 발휘했다. 말이 필요 없는 명 감독이다. 1987년 선수로 삼성에 입단한 뒤 단 한 번도 대구를 떠나본 적이 없는 원조 '푸른 피의 사나이'였지만, 서울 입성 2년 만에 완벽하게 LG에 녹아 들었다. 전력 손실이 없고 지난해 젊은 투수들까지 발굴한 올해는 류 감독이 다섯 번째 대권을 노릴 수 있는 적기다. LG 감독으로는 보기 드물게 재계약에 성공하는 사례까지 남길 수 있다.
한용덕 한화 감독 역시 류 감독처럼 올해가 계약 마지막 해다. 프로 사령탑으로서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첫 번째 시즌인 2017년에는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냈지만, 두 번째 시즌인 지난해에는 베테랑 선수들과의 잡음이 밖으로 불거지면서 다시 팀이 9위까지 내려갔다. 별다른 전력 보강도, 누수도 없는 올해 어떤 지도력을 발휘하느냐에 한화와 한 감독의 미래가 걸려 있다.
이강철 KT 감독과 이동욱 NC 감독은 의미 있는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현역 시절 리그를 호령한 스타였고, 이 감독은 이름을 기억하는 이가 많지 않을 정도로 철저한 무명 선수였다. 그러나 지난해 나란히 두 막내 구단의 지휘봉을 잡아 사령탑으로 동시 출발했고, 함께 좋은 성과를 거뒀다. 이강철 감독은 KT의 젊은 투수들을 발굴하고 선수단에 투지를 불어 넣어 창단 후 처음으로 '5강 경쟁'이 가능한 팀을 만들었다. 올해는 당연히 창단 첫 가을 야구까지 노린다. 이동욱 감독은 가을잔치 단골팀에서 최하위까지 전락했던 NC를 다시 포스트시즌 무대로 이끌어 무명 사령탑의 저력을 보여줬다.
처음으로 감독석에 앉게 된 인물은 손혁 키움 감독, 허삼영 삼성 감독, 허문회 롯데 감독이다. 손 감독은 키움과 SK에서 투수코치로서 좋은 성과를 올렸고, 늘 '준비된 감독'으로 통했다. 염 감독 곁을 떠나 친정팀 키움에서 감독의 꿈을 이뤘다. 다만 전임 장정석 감독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하고도 물러난 직후 새 사령탑이 돼 심리적 부담이 커졌다.
허삼영 감독은 장 전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현역 지도자 경험이 없는 운영팀장 출신 사령탑에 오르게 됐다. 프런트로서 직접 협상을 했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을 이제 감독으로서 지휘하게 된다. 허문회 감독은 손 감독과 키움에서 코치 생활을 함께했다. 박병호, 서건창, 김하성 등 내로라 하는 타자들이 믿고 따르는 타격코치였다. 감독으로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이 라인업에 KBO 리그 역대 세 번째 외국인 감독이 가세했다. 제리 로이스터(전 롯데)와 트레이 힐만(전 SK)의 뒤를 잇는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이다. 한국에서는 처음 감독이 됐지만, 메이저리그 워싱턴에서 무려 179승 145패를 기록한 사령탑이다. 지난해에는 오클랜드에서 작전 코치로 일했다. 무엇보다 윌리엄스 감독은 빅리그에서 내야수로 무려 17시즌을 뛰면서 다섯 차례나 올스타에 선정됐고,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 수상 경력도 있는 스타였다. 2011년 애리조나에서 김병현과 함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궈 한국팬들에게도 친숙하다. '역대급' 경력을 자랑하는 윌리엄스 감독이 광주에서 어떤 존재감을 보여줄 지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