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 시장은 무한 경쟁이다. 이벤트·할인·경품 증정을 끝없이 펼치지만, 고객의 마음을 잡기 쉽지 않다. 어떻게든 차별화한 홍보가 필요한 이유다.
G마켓과 옥션을 거느린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2017년 8월부터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동영상 콘텐트 '쇼알(쇼핑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을 생산하고 있다.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팀 매니저와 팀장이 BJ와 총감독을 맡은 쇼알은 쇼핑 트렌드와 이슈 상품에 대해 자유롭게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G마켓과 옥션의 빅데이터 및 인기 상품을 기반으로 검증된 정보를 제공해 콘텐트의 신뢰도를 높였다.
국내 온라인 쇼핑업계에서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 첫 사례인 쇼알은 특유의 위트와 전문성으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는데도 적게는 수천 건, 많게는 1만건 이상 영상을 재생한다. 최근 쇼알을 벤치마킹한 타 방송도 생기는 추세다. 무엇보다 출혈 할인 경쟁만 하던 쇼핑업계가 다른 방식의 홍보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쇼알이 주목된다. 지난 20일 쇼알을 처음 기획한 오혜진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매니저에게 쇼알의 뒷이야기를 들었다.
이베이코리아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의 동영상 홍보 '쇼알팀'과 '쇼알' 방송 화면. - 쇼알 시작 계기가 궁금하다. 회사에서 시켰나.
“아니다. 이전부터 영상으로 홍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이 팀장님을 찾아가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할 수 없었다. 혼자 회의실에 가서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었다. 그런데 혼자 하니 재미없더라. 홍보팀 동료인 김성신 매니저에게 취지를 설명했더니 마침 방송을 이용한 홍보에 열망이 있었다. 둘이 회의실에서 다시 판매 영상을 찍었고 홍순철 팀장님에게 보여줬다.”
- 바로 허락했나.
“팀장님이 ‘한 번 해보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팀장님이 약간 포기한 목소리였던 것 같기도 하다.(웃음) 처음에는 업무 중 촬영할 시간이 없어서 퇴근 뒤 저녁 6시부터 11시까지 프로그램을 찍었다. 카메라도 빌려서 찍었는데, 결과를 보니 나쁘지 않았다. 팀장님이 상부에 보고하면서 쇼알의 막도 공식적으로 올랐다.”
- 사내 공식적으로 쇼알 팀이 생긴 것인가.
“그건 아니다. 그냥 팀장님과 나, 김성신 매니저 셋이서 자체적으로 ‘우리 셋은 그냥 쇼알팀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내에 공식 쇼알팀 같은 것은 없다.(웃음)”
- 롤모델이 있나.
“2017년만 해도 회사 홍보팀이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이 없었다. 벤치마킹할 곳이 없었다.”
이베이코리아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의 동영상 홍보 '쇼알팀'과 '쇼알' 방송 화면. -방송을 보니 다들 끼가 넘친다. 유튜버로 전향해도 괜찮겠다.
“쇼알을 촬영할 때마다 ‘우리가 이곳에서만 방송을 할 그릇인가’를 느끼고 있다.(웃음) 농담이다. 쇼알을 찍을 때마다 흥이 난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어서 그런 것 같다.”
- ‘대박’을 친 방송을 꼽는다면.
“지난 4월 G마켓에서 판매하는 특별한 미세먼지 제품을 모아 방송을 했다. 그런데 마침 사회적으로 미세먼지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우리 방송도 큰 인기를 끌었다. 한동안 쇼알이 G마켓 메인 홈페이지에도 올랐다.”
- 사내 밖 현장 반응은 어땠나.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과 옥션에는 소상공인도 많다. 소상공인 중에는 좋은 제품은 있지만, 영상 홍보 방법은 잘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영업파트 쪽에서 ‘제품을 협찬할 테니 홍보 영상을 찍어달라’고 요청이 들어온다. 에어프라이어 편도 그렇게 찍었다. 회의실에서 몰래 에어프라이어로 삼겹살을 구워 먹는 내용이었다.(웃음) 쇼알이 자리를 잡게 된 계기 중 하나다.”
- 방송 노하우가 생겼을 것 같다.
“첫 1년까지는 방송 콘티를 직접 만들고 그에 따라 프로그램을 찍었다. 심지어 분장도 했다. 그런데 정해진 틀에 맞게 하다 보니 자꾸 ‘발연기’가 나왔다.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는데 의견이 모여 지금은 상황만 주어지고 나머지는 애드립이다. 거침없이 하니까 시청자 평가도 잘 나온다.”
- 2019년도 막바지다. 내년 쇼알의 계획은.
“쇼알이 내년 개편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쇼알은 진행자가 이베이코리아 홍보팀 직원이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내년부터는 당당하게 소속을 밝히고 밝고 역동적인 이베이코리아를 알리고 싶다. 칭찬할 건 하고, 깔 건 까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웃음)”
- 쇼알의 성공에 따른 성과급 등은 받았나.
“그런 것은 없다.(웃음) 쇼알은 진심으로 우리가 좋아서 하는 작업이다. 만약 지시사항이었다면 재미없었을 것 같다. 2년이나 할 수도 없었다. 우리가 처음부터 하고 싶어서 시작했고, 그 누구에 우리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응원하고 있다는 눈길을 보내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이제 쇼알 촬영 날에는 녹화만 집중할 수 있다. 예산도 나온다. 충분하다.”
- 쇼알팀의 장기 목표는. “소소하다. 반년 안에 100만뷰를 달성하고 싶다.(웃음) 100만뷰를 찍는 그날, 쇼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겠다.”
- 구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날마다 댓글을 확인한다. 몇 개 없기 때문에 금방 한다.(웃음) 욕하는 분은 거의 없고, 응원해주는 분이 많다. 눈물이 난다.”
- 이베이코리아에 하고 싶은 말은.
“직원들이 신이 나서 일할 수 있도록 말없이 지원해 줘서 감사하다. 큰 힘이 된다. 지금처럼 큰 사랑과 적절한 무관심을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