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겨울왕국2’가 지난 7일 애니메이션 사상 첫 ‘쌍천만관중(시리즈 1~2편 관중이 각각 1000만명 이상 기록하는 것)’을 달성했다. ‘겨울왕국’ 시리즈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신드롬 급 인기를 끌자 유통업체들이 슬며시 숟가락을 얹고 있다. 미처 디즈니와 협업 계약을 맺지 못한 업체들은 ‘얼음여왕’ ‘냉동여왕’이라는 이름을 달고 겨울왕국을 연상시키는 패러디 마케팅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영화관에는 겨울왕국2 상연 전에 자사 광고를 틀어 달라는 기업도 줄을 섰다고 한다.
엘사 드레스 같은 내복…패러디로 홈런 터뜨린 BYC
겨울왕국은 매 개봉 때마다 주인공의 패션이 화제에 올랐다. 1편에 나온 하늘색 엘사 드레스는 어른, 아이를 가리지 않고 인기였다.
2편도 마찬가지였다. 디즈니는 바다를 종횡무진 누비는 엘사를 위해 드레스 아래 레깅스를 선택했는데, 이 또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엘사는 2편에서 여러 벌의 드레스를 소화했다. 그중에는 깊은 네크 라인을 자수로 장식한 진한 자줏빛 원피스도 있었다. 이 드레스는 국내 팬 사이에 ‘내복 드레스’로 불렸다. 과거 어머니 세대에 즐겨 입던 자주색 내복과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각 온라인 게시판에는 ‘엘사 내복 패션’이라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국내 내의 업체 BYC는 이 점에 착안해 엘사 드레스의 상의 부분과 비슷한 내복을 이달 초 출시했다. 섬세한 레이스에 고급스러운 짙은 와인색 원단까지 누가 봐도 엘사 드레스와 닮은꼴이었다.
BYC는 ‘패러디’라는 B급 감성을 숨기지 않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CGV 영화관과 손을 잡고 극장 한 곳의 전 좌석을 BYC 로고가 새겨진 내복으로 깔았다. 또 ‘얼음의 여왕 내복 이벤트’라는 이름으로 ‘CGV 콤보 구매 시 얼음 여왕의 내복을 준다’는 행사까지 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네티즌은 BYC의 ‘느낌 있는 패러디’에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 40~70대 사이에 인지도가 높았던 BYC의 이미지도 덩달아 밝아졌다.
BYC 관계자는 “영화 흥행과 내복 판매는 별개”라면서도 “소비자에게 재미있는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이번 이벤트를 기획했다. 많은 분에게 재미있는 추억거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겨울왕국2 상연 전 ‘내 광고 틀어줘’ 요청 쇄도
‘얼음여왕’만이 아니다.
각 쇼핑 사이트에는 ‘냉동여왕’ ‘얼음왕국’ 등의 이름에 겨울왕국에서 이미지를 차용한 드레스나 소품 등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
이 중에는 BYC처럼 영화 장면을 패러디하거나 ‘오마주(영화에서 존경의 표시로 다른 작품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것)’한 제품도 있다. 여기에 디즈니가 출시한 정품을 그대로 베낀 중국산 ‘짝퉁’도 적지 않다.
이들은 위조품을 판매하면서 ‘겨울왕국’ 이란 단어를 붙이면 디즈니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냉동여왕’이나 ‘얼음왕국’ 등 다른 홍보 문구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취급하는 물건이 많다 보니 중국에서 들여오는 해외배송 물건을 일일이 검수하기 힘들다”며 “겨울왕국 관련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이를 차용한 제품이 상당수 판매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겨울왕국2가 돌풍을 일으키자 광고 업계도 줄을 서기 시작했다. 영화 상영 전 극장에 광고 CF를 틀기 위해서다.
최근 영화관에서 겨울왕국2를 보려면 적게는 다섯 개, 많게는 수십 개의 예고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맘카페’를 중심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아이들이 함께 보기 민망한 내용의 광고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체 상영 등급의 겨울왕국2를 보러 갔는데 15세 이상 등급의 ‘광고 왕국’을 보고 왔다”는 푸념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극장에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은 한 번 앉으면 대부분 모든 광고를 본다. 스크린이 크기 때문에 몰입도도 상당하다”며 “겨울왕국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히트작이다. 광고주도 광고를 내보내는 극장주도 모처럼의 대목이다 보니 수십 편의 예고편이 나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