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이어 새로운 MCU(말죽거리 시네마틱 유니버스) 세계관이다. "가져다 붙이면 다 말이 되냐"고 호통칠 수도 있지만 '두번할까요'는 꽤 촘촘한 설정으로 재미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혼식도 마찬가지. 현실과는 동떨어져있는 소재임에도 공감을 동반한다. 이왕 할거면 확실하게. '두번할까요' 배우들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과감하게 덤볐다.
8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두번할까요(박용집 감독)'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박용집 감독과 권상우, 이정현, 이종혁이 참석해 영화를 처음 공개한 소감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두번할까요'는 생애 최초 이혼식 후, N차원 와이프 선영(이정현)에게서 겨우 해방된 현우(권상우) 앞에 옛 친구 상철(이종혁)까지 달고 다시 그녀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세 남녀의 싱글라이프 코믹 로맨스다. 박용집 감독은 "결국 결혼을 두번하게 되는 것이지만, 결혼한 분들이나 헤어진 분들, 혹은 결혼을 앞두고 있는 분들이 '오늘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봐 준다면 한결 마음이 따뜻해지지 않을까 싶다"며 "결혼을 아직 하지 않은 분들도 '이 영화를 보고 결혼하고 싶은 마음 든다면 어떨까' 하는 희망을 품고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혼식'이라는 독특한 설정에 대해서는 "이혼식은 원작 시나리오부터 있었다"며 "이혼식 연출 고민을 하다 부부싸움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아무말 대잔치'인 것 같더라. '말이 씨가 돼 이혼식까지 할 수 있겠구나' 싶었고, '그렇다면 이혼식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고민하다 기자회견 형식을 떠올리게 됐다. 상상력이 들어가는 이혼식이지만 강아지 결혼식 등 있을 법하게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권상우는 이번 영화에서 꿈꿔왔던 싱글라이프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뒤끝 작렬, 짠내 폭발 캐릭터 현우를 맡아 전매특허 코믹 DNA를 뽐낸다. 현우는 골 때리는 이혼식으로 꿈꿔왔던 자유를 찾은 인물. 권상우는 "프리덤"을 외치는 하이텐션 코믹 연기부터 전 와이프 앞에만 서면 왠지 찌질해지는 생활밀착형 연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선보인다.
"나이에 맞는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었다"는 권상우는 "실제로 우리 나이에 맞는 작품이라 접근하기 쉬웠다. 우리 영화가 코미디 요소가 많은데 로코는 누구나 다 선호하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사랑을 다루는 건 대부분이 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내 나이에 맞는 사랑 이야기를 또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화 속 내 모습은 내가 봐도 안 잘생기긴 했더라. 잘생긴 건 다음 작품에서 보여드리겠다"고 너스레를 떨더니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그럼에도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운 시나리오라 선택하게 됐다"며 "찌질하게 보일 때는 그냥 찌질하게 보이고 싶었다. 앞으로도 외형적인 모습 보다는 진정성이나 장르에 맞춰 연기하고 싶다. '이 배우가 이 작품을 위해 한 발자국 나아갔구나'라는 말을 듣는 것이 내 목표다"고 진심을 표했다. 이정현은 극중 생애 최초 이혼식을 시작으로 원치 않던 싱글라이프를 맞이하게 된 선영을 연기한다. 선영은 뻔뻔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N차원 매력 자랑한다. 선영의 옷을 입은 이정현은 특유의 사랑스러운 분위기는 물론, 당최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톡톡 튀는 이미지로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예고하고 있다.
"시나리오 읽자마자 한번에 읽은 작품은 꼭 하는 것 같다"고 운을 뗀 이정현은 "이 시나리오 역시 그랬다. 코믹 로맨스 장르가 처음 들어왔는데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어서 읽자마자 '바로 하겠다'고 했다. 하루만에 바로 연락을 드렸다"며 "항상 어둡거나 연기력을 요하는 역할만 들어왔는데, 캐스팅 해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또 "관객 분들에게도 편안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사실 로맨틱 코미디가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특히 첫 촬영 때 '어색하면 어쩌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두 오빠들이 너무 재미있게 잘 이끌어 주셔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촬영장 가는 것이 신났고 즐거웠다. 놀이터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종혁은 얼굴 되고, 능력도 되지만 로맨스만 안 되는 만년 연애호구 상철로 컴백한다. 꼬일 대로 꼬인 관계 속에서 눈치 없이 로맨틱한 인물이다. 예상치 못한 계기로 이상형 선영을 만난 후 행복함을 감추지 못하거나, 옛 친구 현우가 선영의 전 남편이라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 한 채 열심히 연애 상담을 하는 순진한 상철은 그간 이종혁이 맡아온 역할과는 또 다른 신선함을 자아낸다.
이종혁은 "나도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읽었고 권상우을 비롯해 감독님과도 인연이 있어 '셋이 뭉치면 재미있는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영화에서 어리지 않은 나이의 순수남, 연애 호구 비슷한 역할인데, 연애를 잘 모르는 인물을 연기하려니 약간 눈치없고 바보스럽게 보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특이한 웃음소리도 마찬가지다. 적재적소에 잘 넣어주셔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두번할까요'는 권상우와 이종혁이 출연했던 '말죽거리 잔혹사'(2004) 를 패러디한 장면을 예고편을 통해 선공개, 숱한 화제를 모았다. 일각에서는 '흥행을 위해 치트키를 먼저 썼다'는 반응이 쏟아졌을 정도. 권상우는 "처음엔 쑥스러운 마음에 부정적인 생각이 컸는데, 개봉 전 인지도가 많이 올라간 것 같아 다행이다. '두번할까요'까지만 많이 웃고 기억해주시면 좋겠다"고 토로했고, 이종혁은 "이 얼굴로 15년 전 느낌을 살리려니 낯간지럽긴 했다. 서로 낄낄거리며 촬영했다"고 회상해 웃음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