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DLS·DLF 판매 국정조사 및 피해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차호남씨가 호소문을 읽으며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한창 진행 중인 국정감사에서 대규모 손실이 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과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문제가 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수장의 모습을 국감에서 볼 수 없게 되면서 '반쪽짜리 DLF 국감'이라는 질타도 이어졌다.
금융당국은 물론 은행권이 뒷북 대처에 나선 모양새다. 당국은 투자자 보호 관련 규정 개선안을 이달말 발표하기로 했고, 시중은행들은 고위험 상품 판매와 관련해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섰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등이 판매한 해외 금리 연계 DLF의 판매 잔액은 지난달 25일 현재 6723억원으로, 이중 86%(5784억원)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투자 손실률을 결정하는 해외 금리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예상 손실률은 52.3%에 달한다. 원금 절반 이상을 날린다는 얘기다.
위험 투자 상품 판매로 대규모 투자자 원금 손실 사태가 발생하면서 두 해당 은행장들이 당연히 이번 국감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 4일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감에서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DLF 증인 채택이 불발되며 손태승 우리은행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증인 채택이 불발되긴 했지만 은행장들이 국감 직전에 해외출장을 가면서 '도피성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DLF 사태를 책임져야 할 은행장들이 해외출장을 나가 있다. 도피성 해외출장 자체가 잘못을 시인한 것이나 다름 없다"며 "종합감사 때라도 은행장이 출석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야는 오는 21일 종합국감 전에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협의키로 했다.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4일 출장에서 돌아왔고,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9일 귀국할 예정이다.
DLF는 불완전판매를 넘어 설계 자체가 잘못된 '사기'라며 주장도 나왔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수료 등 투자자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상품으로 설계됐고, 더 나아가 원금손실 0%로 판매직원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품을 안전하다고 판매한 것은 '사기판매'"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재발을 막기 위한 종합 개선 대책을 이달말 내놓겠다고 했다.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 제도, 고령 소비자 보호 조처, 은행 등 금융회사의 내부 통제 및 성과 구조의 적정성 등이 주요 검토 과제다. 현재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상품선정위원회 위원장을 부행장급 임원으로 선임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LF의 주요 판매 창구였던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재발방지를 위한 고객 보호 방안을 내놨다. 초점은 평가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인데, 기존의 평가 기준이 판매실적 등 수익성에 과도하게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분석에서다.
우리은행은 고객 자산관리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추진 방향을 '고객 케어 강화'로 설정하고 평가제도, 조직·인력, 프로세스 등 시스템 전반을 바꿀 방침이다. 먼저 평가제도를 고객에게 도움이 됐는지를 기준으로 개편했다. 또 고객 위험 관리를 위해 2~3중 방어 체계도 준비 중이다.
하나은행도 '손님 중심'을 큰 골자로, 자산관리에 대한 은행의 정책·제도·프로세스를 바꾼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본점 내 '손님 투자 분석센터'를 신설해 직원과의 대면으로 투자성향 분석에 추가해 본점의 승인단계를 거치게 해 객관성을 강화한다.
평가제도도 올해 하반기부터 '손님수익률'을 포함한 '손님관리' 비중을 두 배 이상으로 상향조정하고, '포트폴리오 조기진단 시스템' 도입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한 맞춤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도 이번 사태의 해당 은행은 아니지만 이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금융투자상품 판매 및 서비스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먼저 판매 상품을 선정하는 상품위원회 심의절차를 강화한다. 상품위원회 심의 전 단계에서 철저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심의절차를 3단계에서 '투자상품협의체' 검토를 신설해 4단계로 확대한다. 은행 내 투자상품 실무 전문가로 구성된 사전협의체를 신설해 투자상품 판매 리스크를 더욱 세밀하게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8일 금감원 국감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반드시 사기판매 여부에 대한 명확한 의사를 밝혀야 할 것"이라며 "만약 두 달에 걸친 검사에도 이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면 금감원장으로서 능력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