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만 빼고 다 해냈다. 류현진(32·LA 다저스)이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과 명품 투수전을 선보였다.
류현진은 15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 원정 경기에 선발등판했다. 7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했다. 류현진은 0-0으로 맞선 8회 초 애덤 콜라렉에게 마운드를 넘겨 승패 없이 물러났다. 시즌 평균자책점을 2.45에서 2.35로 낮추며 MLB 전체 1위를 유지했다. 2위 마이크 소로카(애틀랜타, 2.57)와 차이를 더 벌렸다. 투구수는 90개.
중요한 일전이었다. 류현진은 앞선 4경기에서 3패만 쌓았다. 사이영상 유력 후보였지만 연이은 부진으로 수상 가능성도 점점 낮아졌다. 그런 상황에서 디그롬을 만났다. 디그롬은 후반기 호투를 이어가며 9승 8패,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하고 있다. 탈삼진은 231개로 전체 1위. 만약 이 경기에서 부진한다면 사이영상과는 완전히 멀어질 수 있었다.
류현진은 여러 가지 변화를 줬다. 지난 5일 콜로라도전에 이어 이번 경기를 앞두고도 불펜 피칭을 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 온 뒤에도 이어가던 자신만의 루틴을 깬 것이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류현진의 선발 등판을 한 차례 거르며 정비할 시간을 줬다. 머리도 회색으로 염색하는 등 심기일전한 모습이었다.배터리도 신인 포수 윌 스미스 대신 베테랑 러셀 마틴이 나섰다. 류현진 선발 경기에 마틴이 선발 출전한 건 4경기 만이다. 류현진은 올시즌 마틴과 호흡을 맞춘 1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70을 기록했다. 스미스(5경기)와는 5.81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1회 톱타자 아메드 로사리오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기분좋게 출발했다. 이로써 162이닝을 돌파, 2014년 이후 5년 만에 규정이닝를 채웠다. 2회와 3회엔 안타 1개씩을 줬지만 실점없이 막았다. 4회부터 7회까지는 모두 삼자범퇴. 류현진은 득점권에 단 한 명의 주자를 내보내지 않는 호투로 자신의 부활을 알렸다. 포심패스트볼(39개)은 평균 시속 145.6㎞로 기록됐다. 앞선 경기 피안타율 4할대까지 올라갔던 체인지업(28개)은 예리하게 떨어졌다. 컷패스트볼은 14개, 커브는 6개, 슬라이더는 3개를 던졌다.
부진에서 벗어나는 호투를 펼쳤짐만 시즌 13승 달성은 실패했다. 메츠 선발인 디그롬도 호투를 펼쳤기 때문이다. 디그롬은 강속구를 앞세워 7회까지 피안타 3개만 주며 무실점했다. 다저스는 7회 2사 이후 코리 시거와 A.J 폴락이 연속 안타를 쳐 2사 1, 2루를 만들었으나 개빈 럭스가 삼진으로 물러나 득점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