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사에 놀라운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에 도전한다. 10월 북미 개봉을 앞두고 벌써부터 범상치 않은 기세를 떨치고 있다.
'기생충'은 오는 10월 11일 북미에서 개봉한다. 내년 2월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겨냥해 개봉일을 잡았다. 아카데미 시즌에 맞춰 점차 상영관을 늘려가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개봉일 뿐 아니라 아카데미 시상식 전까지 북미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빠짐없이 초청되며 힘을 싣는다. 텔루라이드 영화제를 시작으로 토론토 국제영화제·판타스틱 페스트·뉴욕 영화제 등에서 빠짐없이 상영된다. 토론토 국제영화제의 경우 북미 최대 규모의 영화제이며, 뉴욕 영화제는 칸·베를린·베니스와 함께 세계 4대 영화제로 꼽힌다. 봉준호 감독은 북미 영화제 투어를 돌며 '기생충'을 향한 관심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노미네이트와 수상을 향한 기대가 높기에 아카데미를 위한 계획이 수립됐다.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Neon)의 톰 퀸 대표는 최근 미국 유력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뿐 아니라 작품상·감독상·각본상·남우주연상 등 5개 부문 노미네이트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기생충'을 향한 현지 매체들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인디와이어는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예측하면서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이 외국어영화상 출품작 가운데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한국의 첫 아카데미 후보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평론가 앤 톰슨은 "연령대가 높은 아카데미 회원들은 외국어 영화에 대한 편견이 있겠으나, 그외 각본가나 감독, 기술 파트 회원들은 모두 '기생충'을 인정할 것이다. 그에 맞게 주요 부문 후보에도 오를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또한, 세계적인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는 '이른 오스카 예측'이라는 기사를 통해 봉준호 감독을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로 예측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기생충'은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답게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전세계 203개국에 판매되며 역대 한국영화 해외 세일즈 판매 기록 1위를 경신했다. 장기 상영 끝에 프랑스에서는 지난 8월 19일 15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프랑스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베트남에서는 지난 7월 이미 100만 관객을 넘어섰고, 스위스 등의 국가에서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랭크되며 흥행했다.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로 확실한 화룡점정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게 된다면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다. 외국어영화상 후보를 넘어 다른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거나 수상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아카데미의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게 될까.
네온의 톰 퀸 대표는 "봉 감독은 오랫동안 국적에 상관없이 모든 나라들에서 통할 만한 소재의 영화를 만들어왔다. 크리스 에반스·틸다 스윈튼 등과 작업하며 한국을 넘어 다른 나라에서도 이름이 알려져있다. 자막이라는 허들을 어떻게 넘을 것이며, 외국어 영화를 많이 보지 않는 북미 관객들에게 어떻게 어필할지가 주요 포인트"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