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를 넘어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손꼽히는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오는 10월 3일 제24회 개막을 확정짓고 성공적인 진행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돌아온 이용관 이사장과 전양준 집행위원장 체제를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대대적 조직개편을 꾀했다.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 포함 9명의 각국 영화 담당 프로그래머를 재정비했고, 마케팅·홍보팀 등 자리에도 변동이 생겼다. 기자 출신, 평론가 중심의 자문위원단도 새로 구성하면서 '영화인과 함께 하는 영화제'의 뜻을 공고히 다졌다.
오랜 침체기 끝 조금씩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향한 영화계의 보이콧 역시 해제되면서 절치부심, 과거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포부가 상당하다. 특히 올해는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 때문에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존재감을 알리는데도 결코 나쁘지 않은 시기다. 일찌감치 준비를 시작한 만큼 자신감도 남다르다.
내달 4일 공식 기자회견에 앞서 19일 기자들과 만난 부산국제영화제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현재까지 99%의 프로그램이 완성됐고, 나머지 1%는 다양성을 위한 추가 초청을 위해 남겨둔 자리다"고 밝혔다.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올해도 약 300여 편의 세계 영화들이 소개되지 않을까 싶다. 면면을 살펴봤는데 대단히 좋다"고 덧붙이며 감출 수 없는 흡족함을 표했다.
무엇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매 해 영화제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던 일본과 어떤 컨디션을 이어나갈 것이냐'는데 있다.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반일감정이 치솟으면서 여전히 불매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문화계에서도 시국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상당하다. 영화계는 항일영화들이 줄줄이 관심 받음과 동시에, 애니메이션 등 일부 일본 영화들은 개봉이 무기한 보류되기도 했다.
또 앞서 개막한 1회 충북국제무예액션영화제 측은 조직위 포스터 교체 및 자토이치(일본 검객) 영화 초청·상영을 전면 배제하는 것으로 뜻을 더했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는 다르다. 정치·경제 상황과 별개로 '좋은 영화 소개'를 중심에 두는 영화제의 방향성을 지키기로 결정했다. 일본 영화와 일본 게스트 참석도 배척없이 "무조건 품는다"는 계획이다. "일본 영화 프로그램을 직접 구성했다"고 밝힌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지난 6월 일본으로 넘어가 70여 편의 영화를 관람하고 소개 받았다. 프로그램은 본격적인 불매운동이 시작되기 전 이미 끝난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용관 이사장은 일간스포츠에 "우리는 단 한 번도 시국에 편승해 영화제를 꾸린 적이 없다. 중국과 사드 논란이 한창 일어났을 때도 중국 영화와 게스트들을 모두 받아 들였다"며 "초청은 우리의 몫이고, 작품 출품과 영화제 참석에 대한 선택은 각국의 몫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한국 영화제 방문이 고민되긴 하겠지만 오겠다면 거부할 이유는 없다. 이미 확정된 작품과 게스트도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올해의 부산국제영화제 키워드는 크게 '한국영화 100주년'과 '봉준호 감독'이다. 봉준호 감독이 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최초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으며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고.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준비 과정에서 봉준호 감독과 관련해 어마어마한 문의를 받았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 영향력을 새삼 다시 느꼈다"며 혀를 내둘렀다. 봉준호 감독의 참석 여부는 아직 공식화 되지 않은 상황. 개·폐막작과 주요 게스트는 기자회견에서 발표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