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2·LA다저스)이 쿠어스필드 원정에서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사이영상 레이스에서 맞닥뜨린 최대 고비를 잘 넘겼다.
류현진은 1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 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전에서 시즌 21번째 선발 등판에 나섰다. 6이닝 동안 3피안타·1볼넷·1탈삼진·무실점을 기록하며 호투했다. 그가 마운드 위에 있을 때 다저스 타선의 득점 지원은 없었다. 12승은 다음 등판으로 미뤄야 했다. 그러나 시즌 일곱 번째 무실점 투구를 하며 평균자책점을 종전 1.74에서 1.66으로 낮췄다. 이 부분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지켰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을 노리는 류현진에게 변곡점이 될 수 있는 등판이었다. 무대는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쿠어스필드. 해발 1600m 고지대에 위치한 탓에 공기의 밀도가 높고 저항이 적다. 같은 그립과 힘, 밸런스로 던져도 공의 궤적까지 달라진다. 타구는 더 멀리 나간다. 원정 팀 선발투수에게는 등판마다 생소한 무대다.
그도 6월 29일에 열린 콜로라도 원정에서 부진했다. 4이닝 동안 9피안타(3피홈런) 7실점을 기록했다. 1.27이던 평균자책점이 1.86으로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 통산 가장 평균자책점(9.15)이 높은 구장에 다시 나서야 했다.
류현진은 쿠어스필드 등판이 결정된 뒤 "잘 던지고 승리한 기억도 있다. 항상 부진한 게 아니었다.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말을 지켜냈다. 큰 위기가 없었다. 1, 2회를 삼자범퇴로 막았고 득점권 출루를 허용한 3, 4회도 실점을 막았다. 5회도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상위 타선과 세 번째로 상대한 6회도 피안타 없이 세 타자만으로 이닝을 끝냈다.
류현진이 이전(6월 29일) 콜로라도 원정에서 대량 실점을 한 이유는 두 가지다. 볼카운트 싸움에서 불리해졌고. 주축 타자와의 승부에서 제구력이 정교하지 않았다.
1회말, 선두타자 찰리 블랙몬에게 볼 2개를 먼저 던진 뒤 볼카운트 3-1에서 스트라이트존(존)에 구사한 투심 패스트볼이 공략당했다. 2사 뒤 상대한 놀란 아레나도도 풀카운트 승부를 자초했다. 존 안에 던지지 않을 수 없었고 몸쪽에 포심 패스트볼을 붙였지만 통타당해 홈런으로 이어졌다. 추가 5점을 내준 5회는 커브, 체인지업, 포심이 모두 가운데로 몰렸다.
1일 등판은 달랐다. 이전 등판 경험을 교본으로 삼았다. 일단 한층 정교해진 제구를 보여줬다. 1회부터 포심과 컷 패스트볼(커터)를 공격적으로 구사했고 로테이션도 낮은 코스로 형성됐다. 1회 블랙몬, 아레나도와의 첫 승부도 각각 4구와 2구 만에 범타를 유도했다. 1, 2회 모두 공 8개로 이닝을 끝냈다. 이전 경기에서 장타로 연결된 커브나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전략도 통했다. 류현진은 한동안 구사 비율을 크게 낮췄던 슬라이더를 구사했다. 커터보다 구속은 느리지만 꺾이는 각도는 더 컸다. 메이저리그 포털 MLB.com의 구종 분석에서는 커터나 체인지업으로 기록됐다. 류현진이 직접 "82~83마일(시속 132~134km) 대로 찍힌 구종은 다 슬라이더였다"고 했다.
초반에는 136.7km에서 140.8km로 형성되는 커터를 구사하다가 3, 4회는 슬라이더의 비율을 높였다. 4회, 2루타와 볼넷을 내준 뒤 상대한 욘더 알론소와의 승부에서는 커터와 슬라이더를 번갈아 구사해 혼란을 준 뒤 커브로 범타를 유도했다. 이후에도 히팅포인트를 벗어난 타구가 많았다. 변화구 효과는 배가됐다. '영리한 괴물'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타선은 상대 선발투수 헤르만 마르케스를 공략하지 못했다. 득점 지원이 없었다. 류현진도 6회 투구를 마친 뒤 0-0에서 마운드를 구원투수에게 넘겼다. 승수 추가는 실패했다.
그러나 사이영상에는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현재 류현진의 경쟁력은 리그에서 유일하게 1점 대를 지키고 있는 평균자책점이다.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도 승수는 10승에 그쳤지만 1점(1.70) 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투표권을 가진 기자단에 인정받았다. 류현진은 1일 콜로라도전 호투로 전년도 수상자의 평균자책점보다 낮아졌다. 같은 경기 수(21경기) 치른 시점에서의 기록도 디그롬보다 좋다.
침묵하던 다저스 타선은 9회 공격에서 집중력을 발휘했다. 윌 스미스가 3점, 크리스토퍼 네그론이 투런 홈런을 쳤다. 구원진이 1점으로 콜로라도의 마지막 공격을 막아내며 5-1로 승리했다. 류현진이 승리 발판을 놓았다.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