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만 감독이 이끄는 부산정보고는 제53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16강에 진출에 성공했다. 부산정보고는 26일 올해 고교 최강으로 꼽히는 유신고와 16강전을 펼친다. 부산정보고의 '무한도전'은 계속된다.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제53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16강의 주인공을 모두 가렸다. '디펜딩 챔피언' 대구고, 대통령배 통산 7회 우승에 도전하는 광주일고, 올해 청룡기와 황금사자기를 연이어 제패한 유신고 등이 순항을 이어 갔다. 강팀 틈에서 눈길을 끄는 학교는 김백만(37) 감독이 이끄는 부산정보고다.
부산정보고는 2014년 8월 야구부 문을 연 '막내'다. 부산에 야구부가 생긴 것은 부산공고 야구부가 재창단한 1984년 이후 무려 30년 만이었다. 부산 지역에 생긴 여섯 번째 야구고(개성고·경남고·부경고·부산고·부산공고)로 기대가 컸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야구단 운영의 토대가 될 수 있는 선수 수급부터 원활하게 되지 않았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인근 경쟁 고등학교의 유능한 선수들이 대부분 빠져나갔다. 2015년 7월 부산고에서 코치 생활을 하던 김백만이 사령탑에 오른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은 "감독을 맡자마자 선수 18명 중 9명이 전학을 갔다. 아마 서른세 살의 젊은 감독에 대한 믿음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부모라도 그런 마음일 수 있다고 이해한다"고 회상했다.
무작정 선수를 기다릴 순 없었다. 백방으로 돌아다니며 자원을 찾았다. 올해 롯데 1차 지명 후보였던 에이스 남지민은 이 과정에서 건져 낸 '진주'다. 김 감독은 "지민이는 중학교 3학년 초반까지는 투수가 아닌 내야수였다. 그런데 투수를 하면 좋겠다 싶어서 아버지를 설득해 데려왔다"고 했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전체 17순위로 NC 지명을 받은 투수 전사민(개명 전 전진우)도 부모님께 읍소해 부산정보고 유니폼을 입힌 케이스다. 선우준원 코치, 송혁 코치와 의기투합해 어느 정도 성과를 내다 보니 주변 시선부터 달라졌다. 지난해 11월에는 롯데기 고교야구대회에서 경남고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대통령배는 22명의 선수단을 꾸려 참가했는데, 3학년은 6명밖에 되지 않는다. 선발 라인업을 3학년으로 모두 채우는 경쟁팀과 비교하면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 하지만 지난 23일 열린 32강전에서 순천 효천고를 3-2로 꺾고 16강에 올랐다. 지난달 열린 제7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8강에 이어 전국 대회 '돌풍'을 다시 일으켰다. 김 감독은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해야 한다. 자리에 연연해 현실과 타협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01년 한화에 입단한 김 감독은 당시 계약금만 2억원을 받은 초특급 유망주였다. 고교 시절 정근우(한화) 추신수(텍사스)와 함께 부산고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통산 4승을 기록하고 2009년 유니폼을 벗었다. 2010년 모교 부산고로 돌아가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은 대부분 아픔이 많다. 잘할 수 있지만, 기회가 부족했다. 그 마음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그래서 코치들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려고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부산정보고는 26일 유신고와 대통령배 8강전 티켓을 놓고 맞대결을 펼친다. 유신고는 kt 1차 지명을 받은 에이스 소형준을 필두로 탄탄한 전력을 자랑한다. 올해 황금사자기와 청룡기에서 모두 우승한 고교 최강. 32강전에선 울산공고를 11-4로 대파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하지만 김 감독이 이끄는 22명의 부산정보고 야구부는 '언더도그의 반란'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