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최대 성수기 여름시장 출격을 선언한 네 편의 영화 중 세 편이 공식 시사회를 통해 드디어 공개됐다. 15일 사극 '나랏말싸미(조철현 감독)'를 시작으로 17일 코믹 '엑시트(이상근 감독)', 22일 오컬트 '사자(김주환 감독)'까지 만반의 준비를 마친 대작들은 각기다른 장르로 다양성을 높였고, '보는 맛'을 뒤따르게 만들었다.
완성본 공개 전 사전 반응은 강자도 약자도 없었지만, 공개 된 후 반응은 꽤 엇갈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언제나 그랬듯 '100% 만족'이란 없다. 기본적으로 이전 여름시장들과 비교하면 '하향평준화 됐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작의 윤곽은 사실상 드러났다. 물론 최종 선택은 오로지 관객에게 달렸다. 이변과 반전 역시 관객의 몫이다. 관객의 선택이, 곧 결과다.
무엇보다 '라이온 킹'이 잡아 먹을 것으로 예측됐던 스크린에 여백이 생겼다는 점은 한국영화들에는 호재다. 흥행 자체는 청신호가 켜졌지만 그 이상의 신드롬급 화제성은 이미 물 건너간 모양새다. 때문에 한국영화 빅4를 기다리는 예비 관객들의 기대치는 조금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꽤 오랜시간 디즈니에 빼앗겼던 자리들을 하나 둘 되찾아 올 때가 됐다.
출연: 박서준·안성기·우도환 감독: 김주환 장르: 미스터리 액션 줄거리: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가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강력한 악(惡)에 맞서는 이야기.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9분 한줄평: DC코믹스와 원펀맨 사이
신의 한 수:박서준과 '청년경찰' 김주환 감독이 재회했다. 지난 2017년 여름 '청년경찰'로 565만 관객을 끌어모은 주역들이다. 약체로 평가받던 '청년경찰'의 반전은 신작에 대한 기대치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결과는 115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제작비를 투자해 만들어낸 새로운 히어로물. 세계관은 이미 구축됐고 '사자'에 이은 '사제'라는 후속편 제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주환 감독이 만들어낸 '사자'의 세계관은 명료하다. 선악 대결이 분명해 사전 지식이 없는 관객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 복잡하게 머리를 쓰는 작품보다 쉽고 명료한 작품을 선호하는 요즘 관객들에게 잘 맞는 영화다. '사자'는 기존 작품의 여러 가지 요소를 조금씩 모아 조합했다. 어떤 장면에선 '엑소시스트'가 떠오르고, 또 어떤 장면에선 '검은 사제들'이 떠오른다. 여러 퇴마 콘텐츠를 차용해 이해하기 쉬운 그림을 만들어낸다. 또한, 성경에서 따온 여러 설정들을 어렵지 않은 은유로 담아 '찾는 재미'를 선사한다. '사자'라는 제목에 담긴 두 가지 뜻도 영화 곳곳에 숨어있다. 격투기 선수 역할을 맡은 박서준의 액션도 관전 포인트. 영화 촬영이 끝날 때까지 운동을 멈추지 않았다는 박서준은 탄탄한 몸으로 외모만으로 일단 시선을 사로잡는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격투기 선수다운 깔끔한 액션을 보여주는 그는 마동석을 연상케할 만큼 강력한 핵주먹으로 관객에게 통쾌함을 안기기도 한다.
신의 악 수:OCN 드라마보다도 템포가 느리다. 16부작으로 만들 것도 아닌데 이야기 진행에 지나치게 여유를 부린다. 박서준의 감정을 켜켜이 쌓아가는 것도 좋지만, 러닝타임 1시간이 지나서야 박서준과 안성기의 본격적인 퇴마가 시작된다. 인내심이 많지 않은 관객을 너무 기다리게 만든다. 또한, '사자'는 마치 만화 원작이 있을 것만 같은 작품이다. DC코믹스를 원작으로 하는 '콘스탄틴' 같기도 하고, 마블 스튜디오의 히어로물 같기도 하다. 문제는 유치한 설정으로 소년 만화도 떠올리게 한다는 것. 지나치게 만화 같은 설정으로 영화의 설득력을 떨어트린다. 박서준의 감정 변화를 그리는 방식 또한 설득력을 떨어트리는 요소다. 평범한 그가 퇴마를 받아들이는 과정과 안성기와 가까워지는 과정은 부드럽지 못하고 덜컹거린다. 빠른 전개를 포기하면서까지 쌓으려던 인물의 감정인데, 성공적이지 못했다. '청년경찰'에서 보여준 박서준의 매력도 100% 살지 못했다. '청년경찰'과 KBS 2TV 드라마 '쌈 마이웨이' 등 히트작에서 유쾌한 매력으로 사랑받았던 박서준은 유독 이번 작품에서는 무게를 잡는다. 물론 박서준은 열연한다. 그러나 너무 어둡고 진지한 박서준은 아직 관객에겐 낯설다. 진지한 박서준 캐릭터를 중심으로 '사자'는 혼자만 진지한 영화다. 김주환 감독이 '청년경찰'에서 발휘했던 유머 감각을 찾아보기 힘들다. 간혹 유머 코드가 심어져 있긴 하나 129분의 러닝타임을 커버하기엔 역부족이다. 이 영화의 빌런 우도환은 임팩트가 적다. 끝판왕이어야하지만 대결에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우도환의 서툰 연기는 간혹 실소를 터트리게 만들기도 한다.